자원 안보 레이스, 준비됐나?
우리 산업은 세계 공급망 재편이라는 전환기에서 자원 의존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빠른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발걸음을 이어갈 ‘숨’이 충분치 않다. 핵심광물을 대부분 해외, 특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의 ‘호흡’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 초반에는 힘차게 달리다가 중반 이후 산소가 부족해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러너처럼, 기술력만으로는 장기 레이스를 버티기 어렵다.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고 각국이 자국 중심의 자원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한국의 자원안보는 흔들리고 있다. 단기적인 수입 다변화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제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자원 확보 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비철금속 제련 분야의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하는 고려아연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의 대미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 한·미 양국이 경제안보를 중심으로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하나의 모델로 평가된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강조한 “안정적이고 투명한 공급망 구축을 통한 한미 경제안보의 성공모델”은 국내 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제련 기업을 통한 핵심광물 확보는 단순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문제다. 반도체, 배터리, 방산 등 전략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안정적인 원료 조달에 달려 있다.
정부는 단기적 수급 안정 대책에 머물지 말고 장기적인 자원 확보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해외 광산 투자확대, 동맹국과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국내 재활용 및 대체소재 기술 개발까지 이어지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력만으로는 미래를 지킬 수 없다. 원료를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국가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누릴 것이다. 해외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투명한 공급망을 갖추었을 때, 우리 전략산업은 지치지 않는 러너처럼 끝까지 달릴 수 있다. 보여주기 위한 단기적 질주가 아닌 장기 레이스를 내다보는 전략을 세울 감독과 선수가 나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