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융합연구원, ‘삭도시설 원격 검사 로봇 시스템’ 개발 완료

와이어로프·삭륜 마모도 검사 로봇, 원격 제어 스테이션으로 구성 국제로프운송기구(OITAF) 공식 초청, 국제 표준 제정 참여 발판 마련

2025-11-20     엄재성 기자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원장 강기원)은 세계 최초로 ‘삭도시설(케이블카, 리프트 등) 원격 검사 로봇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현장 실증을 통해 기술의 신뢰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부(장관 김정관),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 포항시(시장 이강덕)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원장 전윤종) 지원을 받아 2022년부터 총 4년 간 약 50억 원의 정부 연구개발비가 투입되어 추진됐다. 그동안 사람에 의존해 고소(高所) 환경에서 수행되던 점검 방식을 인공지능(AI) 기반 원격 로봇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성과 점검의 정밀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삭도시설

기존 삭도 검사는 검사원이 수십 미터 상공의 좁은 캐빈에 매달려 흔들리는 와이어와 바퀴(삭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이러한 방식은 추락사고의 위험이 높고, 사람의 눈으로 미세한 결함을 놓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컨소시엄은 ▲와이어로프 검사 로봇 ▲삭륜 마모도 검사 로봇 ▲원격 제어 스테이션으로 구성된 ‘삭도시설 원격 검사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

와이어로프 검사 로봇은 AI 영상 인식 기술과 자기장을 활용한 비파괴 검사 기술을 함께 적용하여 로프의 끊어짐, 마모, 꼬임 등은 물론,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부 결함까지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최대 분당 4m의 속도로 검사가 가능해 기존 방식 대비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삭륜 마모도 검사 로봇은 약 30kg의 가벼운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제작되었으며, 7개의 관절을 가진 로봇팔을 통해 2.8m의 넓은 작업 반경을 확보했다. AI 기반 비주얼 서보잉 기술이 적용되어 검사 대상을 스스로 인식하고 위치와 자세를 자동으로 조정함으로써, 복잡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검사가 가능하다. 또한, 로봇팔 끝에 장착된 멀티모달 센서로 사람이 측정하기 어려운 0.1mm 단위까지 정밀한 마모도 측정이 가능하다.

원격 제어 스테이션은 두 로봇이 측정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하고, AI알고리즘을 통해 결함 위치와 검사 결과를 자동으로 정리한 리포트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검사원은 지상에서 데이터를 실시간 확인하며 결함 판독은 물론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컨소시엄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국내 주요 삭도시설 성능시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A리조트의 현장 검사에서 공단의 공식 점검 결과와 동일한 모든 결함을 검출했으며,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했던 미세한 외선 마모까지 로봇이 추가로 찾아내 기술의 정밀성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또한 지난 11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하이원 리조트 제우스리프트에서 진행된 현장 시험을 통해 로봇이 주요 검사 작업을 원격으로 안정적으로 수행함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기술의 완성도와 현장적용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삭도 기술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인정받았다. 특히, 1959년 설립되어 로프 운송 시스템의 국제 권고안을 제정하는 세계적 권위기관인 OITAF(국제 로프운송기구) 로프 기술 분과 책임자 스벤 빈터(Sven Winter)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을 통해 한국연구진을 2026년 3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회의에 공식 초청해 개발 기술 발표 및 국제 협력 방안 논의를 제안했다. 이는 한국의 삭도 검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자, 국제 표준 제정에 참여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강기원 원장은 “이번 기술 개발은 전 세계 삭도시설 검사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이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 분야 로봇기술을 적극 개발하는 동시에, 이를 산업 현장과 사회 전반에서 실질적 가치로 연결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향후 고도, 저온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 실증(PoC) 및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본 연구에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한국시설안전연구원, 로보아이,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립한밭대학교, 금오공과대학교,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참여하였고,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가 수요기관으로서 실제 리조트 삭도시설의 현장 실증에 협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