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CSR 67% 전망의 시사점

2025-12-01     에스앤엠미디어

자원 빈국으로 불리던 일본이 새로운 자원 부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땅 속에 묻힌 천연자원 얘기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쌓아 올린 빌딩과 인프라 속에 잠들어 있던 철, 바로 재활용 자원인 철스크랩 이야기다.

최근 일본 전기로 제강사 동경제철이 발표한 ‘순환철강지수(Circular Steel Ratio, CSR)’ 추정치는 글로벌 철강업계, 특히 인접국인 우리나라에 묵직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보고서의 핵심은 2030년에 일본은 더이상 철광석으로 철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도시를 해체해 철을 만드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동경제철의 2030년 CSR 전망자료에 따르면, 일본 철강 내수(5,400만 톤)의 67%를 오로지 자국 내에서 발생한 스크랩만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2030년 일본 내 스크랩 발생량은 3,8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전기로 생산 비중을 61%까지 끌어올리면 일본은 사실상 철스크랩만으로 철강 생산이 가능한 ‘순환 경제’를 완성하게 된다. 

특히 저급 스크랩은 수요 대비 107%로 남아돌고, 고급 스크랩 역시 88%까지 충당할 수 있다고 분석되어 수입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철강 생산구조가 완성되는 셈이다.
동경제철 분석 결과, 일본은 2030년에 국가 전체 철스크랩 수요의 99.6%를 자체 조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는 일본 철강산업이 외부 충격이나 공급망 이슈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고 원료 조달에서 완벽히 자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스크랩 전량 수출 중단’ 조치 가능성이다. 일본이 만약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해외로 내보내지 않고 꽉 쥐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유럽에서는 재활용 자원의 역외 이탈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탄소 감축과 자원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적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주변국 입장에서는 ‘공급망 쇼크’의 서막일 수 있다. 
그동안 일본은 아시아 최대 철스크랩 공급기지였다. 하지만 2030년 CSR 달성을 위해 일본이 스크랩을 ‘전략 자원’으로 분류하고 국외 유출을 통제하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급변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한국, 대만, 동남아시아 철강 시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본산 고급 스크랩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제강사들에게는 발등의 불이 떨어지게 된다. 일본에서도 고급 스크랩 자급률은 88%로 예상될 정도로 매우 빡빡하다. 일본이 자국 전기로 효율을 위해 이를 우선 확보하려 든다면 한국으로의 수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순환철강(Circular Steel)은 생존 전략이어서 이번 보고서는 일본이 전 세계 순환철강 시장의 선도국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음을 선언하는 출사표로도 읽혀진다. 철스크랩을 다시 녹여 새로운 쇳물을 만드는 자원 순환 시스템은 이제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산업구조가 일본과 유사한 국내 철강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한 수입 다변화를 넘어, 국내 스크랩 회수율을 극대화하고 전기로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독자적인 ‘한국형 순환철강’ 생태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저탄소 철강 생산에서 철스크랩이 가장 효율적인 자원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얼마전 열린 철자원 상생포럼에서 철스크랩 전략물자 지정과 수출 제한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자원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고강도 정책이 필요한 순간이다. 
2030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일본의 빗장이 걸리기 전에 우리도 안정적인 스크랩 공급망을 다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