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수출 올해·내년 성장, 철강 美 고율 관세 속 부진 예상”

한국무역협회, ‘2025년 수출입 평가 및 2026년 전망’ 보고서 발간

2025-12-08     이사무엘 기자

한국 수출이 올해 사상 첫 7천억 달러 돌파를 넘어 내년에도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철강 수출은 미국의 50% 관세 영향 속 올해와 내년 모두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5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수출입 평가 및 2026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7,040억 달러로 전년대비 3% 증가하고, 수입은 6,300억 달러로 0.3% 감소, 74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수출 7천억 달러 달성이 예상되는 주요 요인으로 반도체와 선박을 보고서는 꼽았다. 특히 반도체는 HBM 등 인공지능(AI)용 차세대 반도체 수요 급증과 제한적 생산라인에 따른 반도체 단가 급등이 맞물리며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박의 경우 2022년~2023년 집중적으로 수주한 고단가 선박(LNG운반선 등)이 차례로 인도되면서 올해 수출이 22%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이 급감했던 자동차는 유럽연합(EU) 등 미국 외 시장으로 수출이 다변화하면서 소폭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미 협상 타결에 따른 관세 인하 기대감으로 11월 대미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섰으며, 연말까지 대미 수출 부진이 점차 완화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다만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 철강과 유가 하락으로 수출단가가 급락한 석유제품은 연말까지 수출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내년에도 플러스 수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 수출은 올해 대비 1% 늘어 7,110억 달러, 수입은 0.5% 증가한 6,330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78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반도체·SSD·무선통신기기 등 IT 품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자동차는 기저효과와 점진적인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소폭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 역시 고율의 대미 관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가 정체되고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가 확산되면서 수출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수입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수입 감소세가 이어지지만, 산유국의 증산 중단 가능성, 수출용 반도체 및 제조장비 수입 확대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보합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내년에는 견조한 AI 수요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IT제품이 우리 수출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한미 협상을 계기로 대미 수출 여건이 상당 부분 개선됐으나, 내년 글로벌 교역 성장세가 매우 제한적이고, 미국 중간선거, USMCA 개정 가능성 등 여전히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산재한 만큼, 중동·아세안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K-콘텐츠 및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출 저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