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에서 성숙까지…포항제철 산업사를 함께한 황경노 前 포스코 회장

창립·성장 함께한 원로…경영관리 기틀 세운 실무형 리더

2025-12-12     이형원 기자

포스코 제2대 회장을 지낸 황경노 전 회장이 12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황 전 회장은 포항제철 창립 멤버이자 초대 기획관리부장으로, 포항제철소 설립 초기 경영관리 전반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생산 설비 구축 이전 단계부터 조직 운영과 자금 운용, 제도 정비를 총괄하며 포항제철이 기업으로서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포항제철 창립 초기 그는 제철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회를 수차례 설득하며 정책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철강공업육성법 제정에도 기여하며, 철강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는 제도적 토대를 다지는 데 힘을 보탰다. 

업계에서는 황 전 회장을 두고 “포항제철을 현장 중심 기업이자 체계적인 경영 조직으로 만든 실무 책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항제철소 건설 초기 현장 사무소였던 이른바 ‘롬멜 하우스’ 시절부터 현장을 함께하며, 창립요원 34인 가운데서도 핵심적인 관리 역할을 맡았다는 설명이다.
 

황경노

1972년 상무이사로 승진한 그는 1977년 회사를 떠나 동부산업 회장과 제철엔지니어링 회장을 역임하며 철강·엔지니어링 산업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이후 1990년 포항제철 상임고문으로 복귀해 부회장을 거쳐 1992년 제2대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재임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창립 세대의 철학과 운영 원칙을 후대에 잇는 상징적 인물로 평가된다.

황 전 회장은 재임 이후에도 포스코 원로로서 회사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퇴직 임원 모임인 중우회 활동을 통해 후배 경영진과 교류하며 포항제철 창립기의 경험과 교훈을 전해왔다. 그는 포스코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기업이 아니라, 산업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공적 성격의 기업으로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의 경영 철학은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회사’, ‘선공후사’로 요약된다. 특히 그는 이른바 ‘우향우 정신’을 실무 차원에서 구현한 인물로 평가된다. 자금 조달과 제도 정비, 조직 운영의 틀을 먼저 갖춤으로써 엔지니어들이 기술 개발과 설비 구축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설명이 잇따른다.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되, 그 성과는 조직과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신념은 포항제철이 고도 성장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전 회장은 생전 포스코의 지배구조와 경영 시스템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문제의식을 견지해 왔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특정 인물에 의존하기보다, 투명한 절차와 내부 인재 육성을 통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이는 이후 포스코가 지배구조 개선과 제도 정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점으로 남아 있다.

포항제철 창립부터 성장, 그리고 성숙기로 이어지는 과정 전반을 몸소 겪은 황경노 전 회장은 포스코 산업사의 한 축을 형성한 원로로 평가된다. 그의 삶은 기업 경영이 단기 성과를 넘어 국가 산업과 인재 양성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고인의 장례는 포스코 회사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주요 경력

-포항제철 창립요원
-초대 기획관리부장
-상무이사(1972.2~1977.2)
-부회장(1990.3.21)
-제2대 포스코 회장(1992.10.9)

▣상훈

-철탑산업훈장(1973년)
-동탑산업훈장(1986년)
-금탑산업훈장,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