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환원제철·탄소발자국·DPP…철강, 표준 중심 경쟁 구도 전환

정부, ‘표준으로 탄소중립’ 로드맵 제시

2025-12-23     이형원 기자

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정부의 표준 전략이 철강을 정조준했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12월 23일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 전략 3.0’을 발표하고, 철강을 포함한 다배출 산업을 중심으로 탄소배출 산정·공정기술·디지털 대응까지 아우르는 표준 로드맵을 본격 가동한다. 향후 탄소 규제가 사업장이 아닌 제품 단위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철강산업은 이번 전략의 핵심 시험대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이번 전략의 출발점은 탄소배출 규제 대응이다. 국표원은 EU를 중심으로 강화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탄소세, ESG 공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탄소발자국 산정 기준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한다. 
 

/철강금속신문DB

기존 사업장 단위 관리에서 벗어나, 철강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정밀하게 산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ISO 16067 등 범용 탄소발자국 기준 개정 과정에 국내 기업 의견을 반영하고, 철강을 포함한 주요 수출 품목을 우선 대상으로 제품군별 산정 방법 국제표준 제정을 추진한다.

철강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저탄소 공정기술 표준화다. 국표원은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다배출 업종을 대상으로 공정 전환을 뒷받침할 표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철강 분야에서는 수소환원제철 표준을 비롯해, 고로·전기로 공정에서의 저탄소 원료 활용 기준까지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저탄소 철강’의 인증·거래 기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디지털 대응도 병행된다. 국표원은 탄소 규제가 디지털 정보 제출을 전제로 작동하는 만큼, 디지털제품여권(DPP) 대응을 위한 시스템·데이터 표준을 구축한다. QR코드 등을 통해 제품의 탄소발자국, 규격, 공급망 정보를 관리하는 구조로, 한국형 공급망 플랫폼과 EU DPP 시스템 간 호환·연동 표준을 동시에 추진한다. 

철강 제품 역시 향후 수출 과정에서 탄소 정보 제출이 필수화될 가능성이 높아, 업계의 준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대응을 위한 표준도 함께 마련된다. 국가별로 상이한 탄소세 부과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업종별 탄소배출량 산정 표준을 제정하고, 국제감축활동을 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신규 방법론 표준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지속가능금융 분야에서는 철강산업 투자 기준과 전환금융 관련 국제표준 개발도 병행한다.

이번 전략은 철강을 둘러싼 에너지·산업 구조 전환과도 맞물린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태양광·풍력·ESS·SMR 등 전력 인프라 표준이 추진되며, 공장·도시 단위 에너지관리시스템 가이드라인은 RE100 산업단지 적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순환경제 표준화 역시 장기 과제로 포함됐다. 소재·부품·완제품 전주기에 걸친 재제조·재활용 기준을 마련하고, 금속 및 희토류 회수·전처리 공정 표준도 개발된다. 철강을 포함한 소재 산업 전반에서 자원 효율성 평가와 재활용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표원은 이번 전략을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실행 지침으로 규정했다. 업계에서는 표준이 단순한 기술 가이드가 아니라, 향후 규제·통상·금융을 관통하는 기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전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제 탄소 경쟁력은 가격이나 품질과 별도로 관리해야 할 또 하나의 조건이 됐다”라며 “표준에 어떻게 반영되느냐가 중장기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