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7,000억 달러 시대…철강만 역성장
글로벌 공급과잉·관세 부담 직격…주력 산업 중 철강만 감소세
2025년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가운데 철강은 이 흐름에 올라서지 못했다.
반도체·자동차·선박 등 주력 제조업이 수출 증가세를 이어간 것과 달리 철강 수출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주요국 관세 장벽, 수요 둔화가 겹치며 연간 기준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체 수출 구조 속에서 철강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가 수치로 확인됐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5년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3%대 증가한 7,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도체·자동차·선박 등 주력 제조업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고, 에너지 수입 감소 영향으로 무역수지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우리나라 수출 외형 성장 속에서도 철강은 예외였다. 2025년 연간 철강 수출액은 303억 달러로 전년 대비 9.0% 감소했다.
5대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고, 석유화학과 함께 구조적 부진이 확인된 대표 품목으로 분류됐다. 글로벌 철강 시황 부진이 단가와 물량을 동시에 압박한 결과라는 평가다.
지역별로 보면 상황은 더욱 분명하다. 대미(對美) 철강 수출은 미국의 관세 조치 영향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고, 중국 역시 내수 부진과 자급률 상승으로 중간재 수입을 줄이면서 철강 수출 여건이 악화했다.
반면 인도, 아세안 일부 지역에서는 물량이 유지됐지만, 전체 감소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12월 기준으로도 철강은 회복 조짐을 보이지 못했다. 12월 철강 수출은 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 넘게 감소했다. 같은 달 반도체가 40% 이상 급증하고, IT 전 품목 수출이 동반 회복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경기 민감도가 높아 글로벌 수요 둔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철강업계 시선은 단기 실적보다 구조 변화에 맞춰져 있다. 글로벌 철강 시장의 공급과잉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환경·탄소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서 범용재 중심 수출 구조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이번 수출 통계에서도 고부가 선박·반도체와 달리 철강은 가격 경쟁력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025년은 수출 규모보다 체질 변화가 더 중요해진 해”라며 “관세·통상 리스크가 상수로 굳어진 만큼, 고급재·특수강·수요산업 연계 전략 없이는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