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환상의 짝꿍
세상에는 떨어져서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관계가 많다. 함께 있으면 시너지가 배가된다면 불가분의 관계이다. 반대로 상극인 관계도 있다. 물과 불의 관계가 그러할 것이다. 우리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만나면 좋은 사람이 있다. 차라리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러나 늘 좋은 사람만 만나고 살아갈 수 없다. 때로는 마음이 맞지 않아도 피치 못하게 만나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다. 하지만 이왕이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불가분의 관계하면 철근과 콘크리트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둘의 관계는 떨어지면 효과가 반감된다. 특히 콘크리트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나마 철근은 홀로 하는 역할이 많다. 하지만 둘은 만나야 상생하고 역할이 크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마천루도 짓고 바다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건설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는 아파트와 주택 건설도 철근과 콘크리트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철근은 튼튼한 뼈대가 되고 콘크리트는 뼈대를 지탱하는 살이 되어 상승 작용을 한다.
이 둘이 찰떡궁합이 된 것은 계기가 있다.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은 계기를 찾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보자. 1865년경 프랑스 파리 근교 정원사 조셉 모니에(Joseph Monier)는 작은 화원에서 진흙으로 만든 화분이 자꾸만 깨져 고민에 빠졌다. 부실한 화분 때문에 하루에 한 개의 화초도 팔지 못했다. 그래서 2년간 연구 끝에 시멘트와 모래를 물에 섞어 콘크리트 화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마저도 종종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고민하던 그는 닭장 철망과 콘크리트를 섞어 화분을 만들어보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처럼 철근과 콘크리트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철근은 조셉 모니에의 화분처럼 주로 콘크리트와 함께 쓰인다. 두 재료가 합쳐지면 강도 높은 구조물이 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인 압축력이 강하지만 구조물이 당겨지는 힘, 인장력이 약하다. 반대로 철근은 인장력이 강해 함께 쓰면 구조물의 강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콘크리트는 철근을 부식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부식을 방지해 구조물이 오래도록 안전하게 유지하게 한다. 환상의 짝꿍은 이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철근의 규격이 표준화되고, 콘크리트와의 결합 기술도 발전하면서 건설 특히 고층 빌딩과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은 철근 생산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후버 댐과 금문교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널리 사용됐다. 이 시기에 수많은 엔지니어와 건축가들이 철근 콘크리트를 이용해 혁신적인 건축물을 설계했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었다. 우리나라 최초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1911년 8월 준공된 부산세관이다.
건설 붐을 타고 늘 콧노래만 부를 것 같았던 철근의 위상이 뚝 떨어졌다. 정부의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입지가 말이 아니다. 원인은 최대 수요처인 건설경기 침체에 있다. 수요 감소세가 가파르다. 2022년까지 성수기 기준 1천만 톤대를 유지하던 철근 수요는 2023년 900만 톤 중반대로 꺾이더니 2024년 700만 톤 후반대까지 감소했다. 급기야 지난해 600만 톤 후반대까지 감소했다. 국내 철근 생산능력이 연간 1,200만 톤 수준임을 고려하면 평균 가동률은 절반으로 떨어진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다.
수요절벽은 가격 하락까지 불러왔다. 다행히 수출가격은 국내 가격보다 높아서 제강사들은 지난해 수출을 크게 늘렸다. 반대로 수입은 줄었다. 수입이 줄었다는 것은 국산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산을 내수 시장에 판매해도 수익이 얼마 남지 않는다. 그나마 제강사들이 수출을 통해 만회하려 했지만, 수량이 미미하다. 그것도 관세가 높은 미국으로 향하는 물량이 대부분이다. 이것을 수출 호재라고 하기에는 어폐(語弊)가 있다.
건설경기가 좋을 때는 철근을 실은 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이 흔하게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시멘트 업계도 부진하다.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며 IMF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환상의 짝꿍이 겪는 이 시련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화려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조차 사치가 되고 있다. 오로지 학수고대(鶴首苦待)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을 등에 업은 건설이 살아나서 구조조정만은 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분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