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아틀라스가 쏘아올린 작은 공, 피지컬AI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산업화기 도시 빈민의 좌절과 자본주의 모순을 고발한 조세희 작가의 소설이다. 아버지가 굴뚝에 올라 쇠공을 쏘아 올리는 행위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과 이상향을 향한 갈망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최근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All-New Atlas)’는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관절을 360도 회전하며 인간의 가동 범위를 넘어서는 기괴하리만큼 효율적인 움직임은 AI가 단순히 ‘생각하는 두뇌’를 넘어 ‘강력한 신체’를 얻었음을 선포한 사건과 다름 없었다.
특히 백덤블링을 하는 과정에서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질 상황에도 순간적으로 균형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비정형적이고 강력한 움직임은 피지컬 AI가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을 보여주면서 CES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아틀라스가 쏘아 올린 공, ‘피지컬 AI’가 모든 산업, 특히 철강을 비롯한 제조업 분야로의 적용이 한층 빨리 다가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틀라스의 혁신은 단순히 잘 걷는 것에 있지 않았다. 핵심은 ‘올-일렉트릭(All-Electric) 전환’과 ‘비인간적 가동 범위’로 규정할 수 있다. 기존 유압식의 복잡함을 걷어내고 전동 설계를 채택함으로써 훨씬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미세한 부품 조립부터 고중량 자재 운반까지 모두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인간의 관절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아틀라스의 능력은 좁고 복잡한 기존 철강, 비철금속 제조공정 라인을 개조하지 않고도 로봇을 즉각 투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러한 아틀라스의 기술적 성취는 ‘철강·금속 제조의 자율화’라는 목표에 구체적인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가 아틀라스를 통해 기술적 표준을 제시했다면, 포스코그룹은 이를 철강 현장에 이식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DX와 포스코기술투자가 미국 ‘페르소나 AI(Apptronik)’에 단행한 투자가 그 신호탄이다.
페르소나 AI가 보유한 다축 촉각 센싱과 순응 제어 기술은 아틀라스가 보여준 정밀한 물리적 상호작용과 궤를 같이한다. 거친 철강 제조현장에서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쇳물의 온도를 감지하며, 고위험 수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도화된 피지컬 AI 솔루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철강협회는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협회는 수십 년간 축적된 철강 엔지니어의 숙련된 ‘감각(Domain Knowledge)’을 데이터화하여 아틀라스와 같은 로봇의 인공지능(AI)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현장 엔지니어가 직접 AI를 다루고 로봇과 협업하는 생태계를 조성하여, 인력난 문제를 기술 혁신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철강업계가 피지컬AI에 주목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결국 ‘사람’이다. 아틀라스와 같은 고성능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철소의 크레인, 컨베이어 벨트와 연동되어 고위험 작업을 전담하게 된다면 작업자는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채 로봇을 관제하는 ‘스마트 오퍼레이터’로 거듭날 수 있다.
현대차의 아틀라스가 피지컬AI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이제 철강업계는 그 가능성을 현실의 생산성으로 치환하는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각 공정에서 땀 흘리던 숙련공의 기술이 디지털 자산이 되고, 아틀라스처럼 유연하고 강력한 로봇이 그 기술을 이어받아 24시간 안전하게 가동되는 공장. 이것은 더 이상 SF 영화의 장면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철강·금속산업이 피지컬AI라는 엔진을 달고 제조 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할 최적의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