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中 철강의 ‘질적 변화’ 선언, 韓의 선택은?
최근 발표된 중국 주요 철강사들의 2026년 운영 계획은 우리에게 가볍지 않은 경고장을 던진다.
중국 철강업계의 2026년 청사진은 더 이상 ‘양적 팽창’에 머물지 않는다. 바오우, 안강, 쇼우강 등 주요 기업들의 신년 계획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Green), 지능화(Smart), 고부가가치(Premium), 그리고 글로벌(Global)로 정리된다.
과거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던 중국 철강이 이제는 기술과 시스템으로 무장하여 한국 철강의 ‘안방’과 ‘미래 먹거리’를 동시에 겨냥하며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세 가지 변화가 뚜렷하다.
우선 인공지능(AI)과 철강산업의 결합이 현실화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국의 ‘AI+철강’ 작업은 단순히 공장을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바오우와 산둥강철은 AI와 빅데이터를 제조 전 공정에 이식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여 제조원가 경쟁력의 압도적 우위를 꾀하고 있다.
또한 범용강재에서 벗어나 고급 제품군(Specialty Steel)으로의 진격을 목표로 한다.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성취한다”는 산둥강철의 슬로건처럼 중국은 이제 고강도 내식 특수강, 신에너지 장비용 강재 등 한국이 우위를 점했던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핵심 공급처다. 난징강철의 ‘블루오션 그룹’ 육성이나 바오우의 국제발전 전략처럼 이들은 동남아를 넘어 유럽과 전 세계로 생산 기지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공급망 패권을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한 한국 철강업계의 대응 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나? 원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초격차’와 ‘유연성’을 바탕으로 다음 네 가지 영역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가장 먼저 수소환원제철 등 ‘그린 데드라인’을 선점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초저배출 및 탄소 배출 강도 저감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한국은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높여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 규제를 단순한 장벽이 아닌 우리만의 진입 장벽으로 역이용해야 한다.
‘초고부가’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이 따라오기 힘든 초고장력강, 차세대 전기차용 전기강판, 극저온용 강재 등 에너지 및 첨단 산업용 소재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이 ‘고급화’를 외칠 때 우리는 ‘초고급화’와 ‘맞춤형 솔루션’으로 대응해야 한다.
제조 공정의 ‘완전 디지털화’도 구축해야 한다. 중국이 추진하는 ‘산업 두뇌’ 구축에 맞서 우리도 수요 예측부터 물류, 생산까지 이어지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디지털 트윈을 완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고객에게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과 신시장 개척도 필요하다. 중국 철강사들이 ‘일대일로’를 타고 확장하는 동안 한국은 인도, 중동 등 신흥 성장 시장에서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철강을 넘어 수소, 이차전지 소재 등 전략적 신사업으로의 전환 속도도 높여야 한다.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중국 철강업계의 변화는 분명 위협적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우리가 가진 정교한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재정비할 적기이기도 하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바람은 더이상 변수가 아니다. 그 바람을 타고 더 높이 날아오를지, 아니면 휩쓸릴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제 변수는 우리 내부에 있다. 지금부터 기술의 깊이를 더하고,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대한민국 철강산업이 생존을 넘어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