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안 꺾였다”…10년 전 철강 전망, 어디서 빗나갔나

POSRI ‘격동의 철강’ 보고서…수급 중심 예측 한계 노출 중국 오버플로·인도 부상·탄소 장벽이 새 질서 형성

2026-02-23     이형원 기자

10년 전 철강산업의 미래를 그린 청사진은 절반만 적중했다. 큰 방향은 맞았지만, 속도와 강도는 빗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 수요 감소와 글로벌 공급과잉 해소에 대한 기대는 현실과 상당한 괴리를 보였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이 2015년 주요 기관들의 전망과 2025년 실제 데이터를 교차 검증한 결과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용삼 연구위원은 이슈리포트 ‘격동의 철강, 10년 前과 10년 後’에서 지난 10년을 글로벌 철강산업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고 예측이 어려웠던 시기로 규정했다.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을 넘어 지정학 갈등과 기후 규제, 산업 정책이 결합하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2015년 당시 맥킨지와 OECD 등은 슈퍼사이클 종료와 저성장 고착화를 전제로 2025년 글로벌 철강 수요를 16억2,100만 톤 수준으로 예상했다. 반면 실제 2025년 수요는 17억4,900만 톤으로 집계되며 전망치를 7.9% 상회했다.
 
선진국 부진에도 불구하고 중국 수요 유지와 인도의 급성장이 전체 시장을 떠받쳤다는 분석이다. 가장 상징적인 오차는 중국이다. 2015년 전망에서는 ‘피크 차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2025년 중국 수요가 5억9,200만 톤까지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 수요는 8억3,950만 톤으로 예측치를 41.8% 웃돌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중국의 공급측 개혁에 대한 과대평가와 부동산 붕괴 지연, 인프라 부양책 지속, 전기차·태양광·풍력 등 신산업 수요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공급과잉 해소 기대도 빗나갔다. 2015년에는 중국의 구조조정이 글로벌 과잉설비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2025년 글로벌 잉여 생산능력은 5억5천만~6억8천만 톤 수준으로 확대됐다.

2024년 중국 철강 수출이 1억1,800만 톤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한 점은 이 같은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감산이 아닌 ‘밀어내기식 수출’이 선택되면서 글로벌 시장은 상시적 오버플로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인도의 부상은 예측과 궤를 같이했다. 인도 철강 수요는 2025년 1억6,110만 톤으로 증가하며 글로벌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은 1억4,200만 톤으로 예측치를 크게 밑돌며 전쟁과 에너지 위기, 탈탄소 비용 부담이 제조업 기반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역시 보호무역 강화에도 불구하고 수요 확대는 제한적이었다. 박용삼 연구위원은 향후 2035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18억5천만~19억톤 규모로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성장의 축은 중국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이동할 전망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행후 중국 수요가 연평균 0.8% 감소해 8억~8억5천만톤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용삼 연구위원은 “단순 경기 둔화가 아니라 인프라 성숙과 부동산 구조 전환에 따른 구조적 감소”라고 설명했다.

무역 질서도 재편 국면이다. 미국의 232조 조치 강화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은 철강 교역을 가격 중심 경쟁에서 탄소 중심 경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글로벌 단일 가격 체계는 약화하고 지역별 규제에 따른 ‘가격 장벽’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원료 시장도 구조적 변화를 맞는다. 탈탄소화 가속으로 선철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철스크랩과 직접환원철(DRI)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전기로 확대에 따라 2030년까지 글로벌 철스크랩 수급 불균형이 1억 톤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R급 펠릿 부족 문제 역시 중장기 리스크로 제기됐다. 

한편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철강산업이 더 이상 단순한 수요·공급 논리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정학과 기후 정책, 산업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박용삼 연구위원은 “중장기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중심축 전략(Anchor Strategy)’과 정책·시장 변수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기동적 전술(Agile Tactics)’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10년에 대해서도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구체적인 수치와 시점에 대한 해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