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中 철강 ‘질적 대전환’에 韓 철강 골든타임은 흐른다

2026-03-09     에스앤엠미디어

중국 철강산업이 거대한 변곡점에 섰다. 2026년 시작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을 앞두고 중국은 과거의 ‘양적 팽창’을 완전히 뒤로하고 ‘질적 고도화’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단순히 싸게 많이 만들어 밀어내던 시대가 저물고, 고부가가치 제품과 친환경 기술을 앞세운 ‘스마트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이러한 변신은 우리 철강산업에 실존적 위협이자 동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중국 조강 생산은 9억 3천만 톤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숫자는 줄었지만 속내는 더 매섭다.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철강업계에 본격 적용하고,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해 ‘녹색 철강’ 체제로 빠르게 갈아타려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산업 집중도다. 상위 10개 기업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려 규모의 경제를 넘어선 ‘시스템의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곧 중국산 철강이 더 이상 ‘저가재’의 대명사가 아닌, 품질과 친환경 경쟁력을 갖춘 ‘강력한 라이벌’로 한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것임을 예고한다.

우리 철강산업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자명하다. 우선 범용재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중국이 수출 허가제를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수출 구조를 재편함에 따라 우리가 그동안 ‘수익성 보루’로 여겼던 프리미엄 강재 시장에서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중국 기업들의 ‘탈중국’ 기지 건설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기술+서비스+프로젝트’를 패키지로 묶어 동남아 등지에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한국 철강의 주요 수출 영토를 잠식하는 위협 요인이다.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 전환에 대해 우리는 무엇보다 ‘초격차 기술’의 확보가 시급하다. 중국이 따라오기 힘든 차세대 자동차용 초고장력강, LNG선 전용 극저온용 강재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점해야 한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고객사의 공정까지 최적화해 주는 디지털 솔루션 기반의 ‘서비스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녹색 전환’ 속도도 빨라야 한다. 수소환원제철(HyREX)과 같은 탄소중립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중국이 정책적 금융 지원을 통해 친환경 설비 교체를 독려하듯, 우리 정부도 과감한 R&D 세제 혜택과 저탄소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한다.

또한 중국의 산업 집중도 강화에 맞서 우리도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원료 구매력을 높이고, 중소 철강사들은 특정 틈새시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강소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재편해야 한다.

중국 철강의 ‘15차 5개년 계획’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경고장과 같다. 거센 파도가 들이치기 전에 방파제를 높이고 배의 엔진을 바꿔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민관이 합심해 철강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