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 ‘미래’ 담론 아니다

2026-03-25     윤철주 기자

10년 전인 지난 2016년 3월,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인간 대(對) AI’이라는 세기적 대결을 펼쳤다. 
당시 알파고가 데이터 세계를 넘어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바둑판에 바둑 한 수) 과정에는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가 대신 바둑돌을 두어야 하는 인간의 도움이 필요했다.

반면 이세돌과 알파고가 세기의 대결을 펼친 지 딱 10년이 되는 2026년 3월,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AI는 로봇과 결합한 ‘피지컬 AI’로 현실의 몸을 얻고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BMW 공장에는 피규어AI가 개발한 AI로봇 ‘피규어 02’가 도입됐다. 피규어 02는 X3모델 차량 3만 대 생산(조립, 배치 등)에 기여했고, 하루 10시간씩 근무하며 누적 1,250시간 동안 작동했다. 이 기간 총 200마일 이상 도보로 걸으며 9만 개 부품 이송에 관여했다.

이는 특정 작업만 반복 수행하는 컨베이어벨트의 고정팔 로봇 수준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로봇팔보다 다양한 행동 및 이동이 수행 가능한 휴머노이드가 여러 생산 공정에 학습·적응해 실제 정밀 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지속적 에너지 조달만 가능하다면 당장 오늘에도 반영구적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시는 자동차 업계를 들었지만 향후 적용 확대 가능성은 철강·금속업계에 더 크다. 전문가들은 ‘무겁고’, ‘위험하고’, ‘고비용 구조’, ‘규모의 경제’, ‘극한 생산 환경’ 등의 특징을 갖고 있는 철강·금속업계가 피지컬AI의 주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철강·금속 현장의 숙련공 부재와 안전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는 피지컬 AI 시대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10년 전 ‘알파고 쇼크’가 우리에게 AI에 대한 막연한 경외감을 주었다면, 오늘날 피지컬AI는 철강·금속 현장의 생존을 위한 실존적 선택지가 될 것이다. 이에 몇몇 국내 철강사도 AX 대전환과 피지컬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별다른 인식도 대응도 없이 피지컬AI 시대를 맞이하는 곳들도 있다. 생성형AI 정도만이 서류, 회계 업무에서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안일한 인식마저 있는 곳들이 분명히 있다. ‘도래한 미래’에 굉장히 먼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가 점검과 대응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