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 철근가공조합 이사장 "건설사 소탐대실 말아야…상생 파트너십 기대"

어려운 환경 속 위기감과 무거운 책임감 가공단가 현실화로 우리 자존심 지켜야 RBMS 활성화…데이터 큰 자산 될 것 '선조립' 진일보 방식…고부가 창출 기회

2026-04-13     김정환 기자

건설 현장에서 소금과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철근가공업은 현재 전례 없는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1천만톤 이상의 철근 수요가 지난해 650만톤 안팎까지 급감하면서 철근가공업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수요 감소로 인한 단가 하락은 이제 단순히 버티는 것만으로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위기의식 너머 이를 극복할 실행력이 더욱 절실해진 이유다.

지난 9일 본지와 만난 김현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임 이사장은 시작부터 봉사 정신과 사회 환원을 강조했다. 철근가공조합은 지난 2월 25일 '제10대 이사장 이·취임식'을 개최하고 김현 우암산업 대표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그는 이사장 취임을 개인의 영광이 아닌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철근가공업의 미래를 다시 쓰라는 엄중한 명령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의견이라도 토론을 통해 소통하고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김현 철근가공조합 신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신임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A. 건설경기 침체로 위축된 가공업계의 환경과 급작스레 터진 중동사태로 더욱 큰 위기감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임기 동안 조합원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며 현실에 타협하기보다는 변화를, 안정보다는 도전을 선택하겠다.

Q. 올해도 유의미한 시황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장 체감은 어떤지.

A.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으며, 여러 경기 지표들 또한 유의미한 회복 지표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가공업 특성상 일정 기간 텀이 있어야 체감 가능하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저가 수주 물량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많은 가공장들이 줄어든 일감과 가격 하락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인력 감축과 경비 절감으로 하루하루 견디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기업이라면 매출을 일으켜 이익을 창출하고 재투자를 통해 선순환을 해야 하나, 재투자는커녕 보유 설비와 인력을 줄여서라도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이다.

Q. 이를 돌파하기 위한 올해 중점 사업 계획이 있다면.

A. 많은 가공장들이 줄어든 일감과 가격 하락으로 부도 직전의 상태로 내몰리고 있으며, 특히 중동사태로 나프타 등 원부자재 가격도 오르는 등 여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중점 사업 계획은 첫째, 왜곡된 가격 구조를 바로잡고 우리 철근가공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단가 현실화와 수익성 확보에 노력하겠다.

불공정 거래 관행과 왜곡된 시장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발주처인 건설사와 제강사, 유통사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둘째, 조합에서 많은 열정과 자금을 들여 개발하고 보급 중인 철근가공관리시스템 RBMS(Rebar Management System)의 수요 확대를 통해 가공산업의 디지털화와 인공지능(AI)의 기반이 되는 미래를 준비하겠다. 철근가공 데이터가 우리에게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공동구매 사업도 품목 확대 등을 적극 활용해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조합원에게 먼저 다가가는 조합이 되도록 하겠다. 지난 2월 취임 후 전임 이사장님들을 만나 전반적인 의견을 들었고, 이달부터는 전국 각 조합사들을 방문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Q. 수요 확대를 위한 선조립도 조합원들과 함께 시도해 보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A. 선조립은 가공과 조립이 병행하는 현 건설 현장에서 진일보한 방식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선조립은 안전사고 예방과 인건비 절감 등 건설 현장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 가공업계에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합에서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며 장단점과 진입 장벽 등 여러 허들을 검토하고 의견을 종합해 조합원들과 함께 진출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현

Q. 조합의 중심을 조합원 공장에 두겠다고 했는데, 소통 활성화를 위한 특별한 구상이 있나.

A. 조합의 중심을 현장에 두고 현장의 현안과 애로사항을 조합 정책에 우선 반영할 방침이다. 지방 멀리 있다고 조합원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소통을 강화하고 강한 연대를 구축하면서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구체적으로 각 지역별로 모임을 갖고 5월과 10월 화합의날 행사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는 등 조합원 중심의 조합이 되도록 꾸려나갈 계획이다.

Q. 정부나 건설사, 제강사에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우리 가공업종은 건설업계에서 꼭 필요한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가공업종이 건설업계에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공장 가공을 통해 많은 건설사들이 원가 절감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가공업계는 임가공비 외에 3%의 로스율을 적용해 가공단가로 설정해 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사들이 건설업계가 불황이란 이유로 불문율인 3% 로스율을 하향 조정하고 5년 전 이하의 가공단가로 저가발주를 하고 있다.

가공단가는 절반 이상이 노무비로 구성돼 있으며 인력은 대부분 외국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는데, 해마다 인상되는 최저임금과 함께 운반비 등 물류비 등 부대비용 압박도 상당하다.

인건비 등 적절한 가공단가가 반영되지 않으면 향후 건설산업이 활성화된다 해도 가공업계는 초토화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업계 전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기대한다.

Q. 끝으로 철근 가공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A. 누구도 가공업계의 생존권을 지켜주지 않으며, 우리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며 나아가야 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규정했듯 우리도 지금의 도전을 직시하고 응전해야 한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불변의 진리를 믿고 함께 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앞서가는 조합이 되도록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