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슘 배터리 상용화 길 열린다...‘대기 안정형 마그네슘 금속 음극’ 구현
특수 용액에 담가 수분에 취약한 마그네슘 배터리 한계 탈피, 단가 절감 및 상용화 기대
전기차 배터리나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에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지만, 자원 부족과 높은 비용, 화재·폭발 등 안전성 문제를 지닌다. 이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마그네슘(Mg)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마그네슘은 해수와 한반도에 풍부하고 저렴하며, 높은 부피당 에너지 밀도와 화학적 안정성을 갖춰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수분에 극도로 취약해, 극미량의 수분만 닿아도 전극 표면에 순식간에 막이 생겨 전기를 만드는 반응 자체를 막아버린다. 이 때문에 기존 연구는 엄격한 수분 차단 시설과 고도 건조 공정을 전제로 진행돼, 비용 상승과 양산 어려움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왔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오상록)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오시형 박사 연구팀은 최근 마그네슘 금속을 특수한 용액에 단 15분 간 담그는 것만으로, 일반 대기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대기 안정형 마그네슘 금속 음극’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연구들이 수분을 사전에 완전히 배제하는 방향에 집중해왔다면, 연구팀은 방향을 바꿨다. 수분을 ‘차단’하는 대신 유입된 수분을 능동적으로 ‘제거’하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마그네슘 금속을 ‘트리메틸인산(Trimethyl phosphate, TMP)’ 용액에 15분 간 침지하면 나노 구조의 보호층이 표면에 형성된다. 이 보호층이 수분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거나 물리적으로 가둬, 마그네슘 표면에 수분이 닿기 전에 선제적으로 처리한다.
기존 마그네슘 전극이 맑은 날 실내의 건조한 공기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극미량의 수분(수십ppm)을 함유한 전해질에서도 즉시 작동 불능에 빠졌던 것과 달리, 개발된 전극은 습한 실내 공기 수준으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6,500ppm 이상의 고수분 전해질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충·방전을 유지했다. 1,050ppm 조건에서는 1,200시간 이상의 장기 구동에도 성능이 유지됐고, 수분과 산소를 완전히 차단한 특수 밀폐 장비 없이 일반 대기에서 조립한 전지도 정상 작동해 실제 제조 환경 적용 가능성까지 증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마그네슘 전지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기술로 평가된다. 복잡한 수분 제어 공정 없이 일반 대기에서 전지 조립이 가능해져 공정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고, 단순 침지 공정으로 구현 가능해 대량 생산 공정으로의 확장도 용이하다. ‘능동적 수분 제어’ 개념은 수분에 민감한 다른 금속 전지에도 적용할 수 있어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KIST 오시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수분을 차단하는 기존의 수동적 제어 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 수분 제어 개념에 기반한 설계 전략으로 마그네슘 배터리 상용화의 주요 장애 요인을 극복한 사례”라며, “그동안 수분 제어를 위한 복잡한 공정으로 연구 확산에 제약이 존재했던 만큼, 이번 기술은 향후 마그네슘 배터리 분야의 연구를 획기적으로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