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이 주택용보다 비싼 기형적 구조”…전력산업硏, 제조업 붕괴 우려 경고

전기요금 역전 현상에 기업들 해외 이전 위기…“망 요금 환급 등 제도적 뒷받침돼야” 철강협회 “부하 조정 어려운 연속공정 특성 무시된 요금 인상… 지역별 차등제 도입해야”

2026-04-23     윤철주 기자

전력산업연구회가 지난 22일,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력부문의 대안’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철강협회, 산언연구원, 화학산업협회, 한국전력 등이 참여해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제조업 기반의 붕괴 우려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과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싸진 ‘기형적 구조’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연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전력 시장이 한전의 재정 위기와 탄소중립 목표 사이에서 극심한 충돌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 교수는 “2025년 기준 산업용 판매단가가 kWh당 약 182원으로 주택용(159원)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량 공급으로 인해 산업용 요금이 더 저렴한 대부분의 OECD 국가 사례와 정반대되는 구조다.

정 교수는 이러한 급격한 요금 인상이 기업들로 하여금 국내 투자 대신 해외 이전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중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망 요금 등을 환급해 주는 ‘한국형 EITE(에너지 다소비 기업 지원)’ 제도 도입과 예측 가능한 요금 결정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이어서 허윤지 단국대학교 교수가 산업용 전력조달 방식 다변화와 비용 최적화의 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기업들이 한전의 전기요금 외에도 직접전력구매(PPA), 분산특구 거래 등 다양한 전력 조달 방식을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재생에너지 PPA는 장기 고정 가격을 통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고 RE100을 이행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접구매 시 발생하는 망 이용 요금과 거래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어떤 조달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망 비용의 가시성을 높이고 정산금 부담 원칙을 명확히 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 철강·유화업계 “자구 노력만으론 한계… 생존 위기”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전력 다소비 업종인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의 절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석유화학업계를 대표한 김재훈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은 “글로벌 수요 위축과 요금 상승이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해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속공정 특성상 부하 조정이 어려워 전기료 인상 폭이 고스란히 기업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철강업계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3년간 약 76% 상승하며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계는 경부하 중심의 전력 사용 구조와 24시간 연속공정 특성으로 인해 요금 인상 영향이 직접 반영되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부하 조정이 어려운 산업 특성상 기업의 자구적인 비용 절감 노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남정임 실장은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전력자급률이 높은 전력 다소비 산업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촉구된다”며 “아울러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등에 대해서는 전력산업기반기금 감면 등 한시적 지원이 필요하고,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연료비 연동제(±5원/kWh 제한)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건의 했다.

또한 남 실장은 봄·가을 주말 낮 시간대 할인 확대 및 현행 15분 최대수요 기반 요금 부과 방식도 더 합리적인 기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유럽연합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은 전기요금 감면 및 세제 지원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국내 역시 산업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종합적인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요금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을 주문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에너지 비용, 망 비용, 정책 비용이 뒤섞여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있다”며 이를 기능별로 분리(Unbundling)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독일 등 주요국은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전기요금 지원과 보조금 등 적극적인 정책 개입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전기요금 정책을 산업정책과 연계해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천현민 한국전력공사 처장은 “원가주의에 기반한 합리적 결정 체계를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대용량 산업 고객을 위한 개별 계약 요금제 등 비규제 영역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