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비용’ 아닌 ‘성장 전략’ … K-GX 전략에 온전히 담아내야"
인터뷰 /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연구소장 “GX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 형성하고, 전력•수소•데이터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할 것” “초기 시장 창출 중요…저탄소 제품 가치 인정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시스템 만들어야”
지난 5월 12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공동으로 KF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신성장동력 한국형 녹색전환(K-GX)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오는 6월 정부의 K-GX 전략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 이번 세미나가 갖는 의미가 크다. 이번 세미나 준비에 깊이 참여해 온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를 통해 세미나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짚어본다.
Q. 이번 세미나에 참여하게 된 배경과 세미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A. 작년 11월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윤제용 교수 주관으로 연세대 민동준 교수 등과 ‘기로에 선 K-철강: 탄소중립 시대의 구조 개편과 글로벌 생존 전략’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다. 이 보고서가 나간 후 정부, 학계, 산업계에서 철강산업의 미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많이 논의되었고, 이러한 대책(지원)을 K-GX 전략에 담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마침 한경협과 협의가 되어서 세미나까지 하게 되었다.
정부는 지난 1월에 민관합동 K-GX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13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는데, 단장은 경제부총리, 간사는 기후부 장관이 맡고 있다. 민간 협의체에는 한경협, 철강협회 등 17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는 K-GX 기획단 김병훈 부단장이 참석해서 정부의 방침을 설명했는데, 6월에 발표할 정부의 K-GX 전략이 의미 있는 발표가 될 것 같다.
Q. 서울대 윤제용 교수가 발표한 자료가 상당히 혁신적이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A. 윤 교수님은 환경연구원장도 역임하신 분이라 탄소중립과 산업 현실에 대해 해박한 분인데, 이번 자료는 그동안 유사한 행사에서 보지 못한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현실 기반의 실행 가능한 대책, 결과로 검증되는 정책’을 강조했다.
탄소중립은 ‘비용’이 아니라 ‘성장 전략’이라는 것을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K-GX 전략의 3대 축으로 에너지 전환, 산업 전환, 시스템 전환을 제안하면서 세 축은 동시에 전환되고 상호 연계가 핵심인데, 무엇보다 정부정책의 분절성 극복이 중요하다고 했다.
3축의 구체적인 설계로는 신성장동력 K-GX 5+1 전략을 제안했다. 무탄소 전력 대전환, 철강 중심의 산업 전환 가속, 수소 공급 체계 구축, 지역 기반 전환 체계, 시장 중심 생태계 조성 그리고 AI•데이터 기반 정책 전환을 제안했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철강 중심 전환 가속, 시장 중심 생태계 조성이 인상 깊었다.
Q. 철강산업 입장에선 고무적인 제안인데, 시장 중심을 강조한 이유는?
A. 탄소 고배출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종 중 2035 NDC 기준 탄소중립 로드맵이 있는 산업은 철강뿐이다. 철강은 단일 사업 중 최대 배출을 하고 있지만, 브릿지 기술과 수소환원제철 등 기술 경로가 명확하고, 이에 기반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서 진행을 하고 있고, 무엇보다 업계의 의지가 강한 점이 차별화 되었다.
시장 중심을 강조한 것은 ‘수익 구조가 있어야 민간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세미나 자료에서 잘 설명되었지만, GX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투자는 초기 비용이 높고, 민간 단독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고, 보조금 중심 정책은 지속 불가능해서 기술이 있어도 실현할 수 없다. 결국 시장이 있어야 지속가능하고 전환도 가능하다. GX 시장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전력•수소•데이터는 미래 핵심 시장으로 한국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것이다.
GX 시장 형성을 위한 3대 메커니즘으로 첫째는 초기 시장 창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공공조달 부문에서 인증제도 도입과 장기 구매계약 등으로 초기시장 창출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정책금융과 보증가격차 보전(CfD) 등으로 투자 리스크를 완화시켜 주어야 하고, 셋째로 핵심 인프라인 전력•수소•데이터 등에서 민간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Q. 전력과 수소가 수소환원제철에 가장 중요한데, 정부 방침이나 사회적 여론상 민간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한가?
A. 전력은 그 자체로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과제이고 수소는 전력산업의 협조(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는 발전 설비가 있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연성 시스템’의 구축이다. ESS, 양수, HVDC, DR 같은 계통 유연성 자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합 같은 전원 믹스의 최적화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과 변동성을 역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능형 전력망 구축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이자 해결점은 ‘실시간 전기 가격제’다. 지금 정부와 전력산업 기득권자들도 현재 10%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 수준이 되면 탄소중립형 전력시장, 즉 실시간 가격제의 불가피함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분산특구를 통한 직거래, 산업용 전력의 직구매, 지역차별 요금제 등 기존 전력산업의 균열은 시작되었다.
Q. 철강산업은 GX 금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A. 다행히 철강업계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으로 철강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GX 금융을 활용할 준비가 되었다. 이미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를 매개로 탄소차액계약(CCfD)과 GX 금융은 물론 기후대응기금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올해 6월 시행을 앞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에는 저탄소 철강 기술 등에 관한 지원(제11조), 저탄소 철강의 인증(제17조), 저탄소 철강 제품의 수요 창출(제22조), 재생철자원의 공급망 강화(제26조) 등이 있다.
이제 철강인들 사고의 패러다임적 변화가 필요하다. 핵심은 ‘Market pull 정책으로 Technology push’가 되도록 해야 한다. K-스틸법 제17조(저탄소철강의 인증) 및 제22조(저탄소철강 제품의 수요 창출)를 잘 활용해야 한다. 현재 시행령이 준비 중인데 저탄소 철강 인증 기준을 제품 단위당 탄소 함량 단계를 세분화하여 인센티브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도록 규정화 해야 한다. 그리고 인센티브의 수혜자를 철강 생산자보다 철강 수요자(예:자동차 구매자)로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로 하여금 저탄소 제품에 대한 유인 동기가 생기게 되고, 이는 생산자에게 더 강화된 저탄소 제품 개발 동인(경쟁)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치열한 저탄소 함량 강판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철강부문에서 K-GX 전략의 성공은 결국 시장이 저탄소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시스템 전환에 달려 있다.
Q. 배출권거래제는 철강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A. 배출권거래제 제17조(배출권 할당 취소)를 개정해야 한다. 현재 규정은 배출권 취소는 사업장 영구 폐쇄, 생산시설 철거 또는 장기 가동 중단, 사업구조 변경으로 배출활동이 실질적으로 감소할 경우 할당된 배출권 일부 또는 전부를 취소(회수)할 수 있다. 여기에 저탄소 철강 생산을 위하여 고로 영구 폐쇄 시에는 기 할당 배출권을 취소하지 않고 매각하여 구조조정 자금으로 활용토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입 철강재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수출 시에는 탄소세 환급을 받는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 즉, 국내 생산 물량은 배출권거래제 적용을 유지하되, 탄소 가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 철강재에는 탄소세를 부과하여 국내 철강사의 저탄소 전환을 간접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 또한 EU지역 외 직간접 수출 철강재에 대해서는 ‘배출권 부담을 환급’해 줌으로 써 수출경쟁력 지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것은 국내외 시장에서 우리 철강 제품에 대한 역차별을 방지하는 것으로 반드시 제도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후대응기금과 GX금융 활용은 준비하고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김경식 대표는…
전 현대제철 기획본부장(전무). 기후에너지환경부 홍보 자문위원, 한국에너지공단/한국환경공단/KOTRA/국회도서관 ESG자문위원. 중앙일보/경향신문/에너지경제신문 고정 칼럼니스트.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철강 탈탄소 워크샵에 전문 연사로 초청되었으며(2023년), 저서 <착한 자본의 탄생>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기후경제학도서 10선에 선정되었음(2024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기로에 선 K-철강: 탄소중립 시대의 구조 개편과 글로벌 생존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음(2025년. 서울대 윤제용 교수∙곽정원 연구원/연세대 민동준 교수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