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간디 그리고 인도
인도는 2022년까지 100여 년 동안 중국에 이어 세계 인구 순위 2위에 머물렀지만, 2023년에 드디어 중국을 추월했다. 마침내 ‘지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2020년 기준 무려 14억 명이 넘는다. 이 나라는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고 국토 면적이 넓은 만큼 다양성도 존재한다. 사용하는 언어만 2,138개나 될 정도이다. 게다가 인종도 다양하다. 본토 여러 인종 외에 미얀마와 티베트인들이 먼 친척이고, 중국 한족까지도 신석기시대 공동 조상이었다.
경제적으로 2025년 기준 세계 GDP 4위이다. 주요 역사, 문화, 군사, 역사 영향력에서도 강대국이다. 대영제국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다가 해방된 이후 21세기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국토 면적 세계 7위이고, 브릭스의 일원이자 핵무기 보유국이며, 세계 군사력 순위 4위에 위치한다. 인도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민족운동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이다. 본명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다. 비폭력주의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독립을 주도했고, 건국의 아버지로 불린다.
1915∼1918년 간디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정치에는 잘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1919년 민중탄압법인 롤래트 법이 제정되자 그는 영국의 지배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1919년 봄 사티아그라하 투쟁을 선언했고, 봉기가 일어나 펀자브의 암리차르에서 400명에 달하는 인도인이 영국군에게 학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1년 후 다시 투쟁을 전개하며 1920년 인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지도자가 된다. 그를 수식하는 마하트마(Mahatma)는 위대한 영혼이라는 의미다.
영국인 대다수는 마하트마 간디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를 유토피아를 꿈꾸는 몽상가로 여기거나 나쁘게는 영국인에 대한 우애를 설교하면서 뒤로는 영국을 쫓아내려는 위선자로 여겼다. 하지만 그는 1920∼1922년, 1930∼1934년, 1940∼1942년에 펼친 3번의 무저항과 불복종을 표방한 독립운동을 이끌어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성취했다. 그에 대해 편견과 비난도 있다. 너무 급진주의자고 국내 기득권층 제거 또는 카스트의 철폐 등과 같은 사회개혁에 크게 노력하지 않았고, 이슬람교를 심하게 배척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런 간디의 나라 인도가 깊은 잠에서부터 깨어나기 시작했다. 정치와 경제 모든 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중국이 그러했듯이 감추었던 야망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철강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철강 수요 중심축을 중국에서 인도로 이동시키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는 올해 중국의 철강 수요가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인도는 올해 7.4%, 내년에는 9.2% 성장을 전망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 및 제조업 성장에 힘입은 결과다. 이 지표는 글로벌 철강 지형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인도 정부는 2035∼2036회계 연도까지 조강 생산 목표를 4억 톤으로 잡았다. 이는 기존 목표치였던 3억 톤에서 약 33.3%를 상향 조정한 수치다. 이처럼 기존 중국 중심 시장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인도가 한국 철강업계의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연히 국내 철강업계의 해외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약발이 다한 중국 대신, 제조업 성장과 인프라 투자 확대가 불붙은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와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다.
포스코는 인도 1위 철강사인 JSW와 약 10조 원 규모 일관제철소 합작 투자에 나서며 10년 만에 인도 현지 상 공정 진출을 확정했다. 현대제철 역시 현대자동차 인도 푸네 공장 인수에 맞춰 현지 스틸서비스센터(SSC)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인도 시장 진출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인도 역시 최근 세이프가드 등 자국 철강산업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토지·인허가 문제와 현지 공급망 구축 부담 등 진입 장벽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적극성도 필요하다. 그 시장이 중국이 아니고 인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