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 주권 시대 도래”…주요국 철강산업 재건 경쟁 본격화

미국·EU·영국, 생산기반 유지 위해 관세·보조금 총동원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 경쟁, 기업 아닌 국가 산업생태계 경쟁으로 전환”

2026-06-17     이형원 기자

국가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주요국의 철강 정책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공급과잉 대응이나 수입규제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자국 내 철강 생산기반 유지와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 이른바 '철강 주권(Steel Sovereignty)'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하 포스리) 김지선 수석연구원은 17일 발표한 '철강 주권을 사수하라! : 변화하는 글로벌 철강 정책 패러다임' 보고서를 통해 경제안보 시대 도래와 함께 철강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은 자유무역과 세계화 중심 질서가 약화되고 공급망 안정과 첨단기술 확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의 경계도 사실상 사라지고 있으며 정부가 산업 경쟁력 유지와 생산기반 확보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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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리는 철강산업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와 조선, 건설, 기계, 에너지, 방산 등 기존 제조업의 핵심 소재일 뿐 아니라 전기차와 전력망, 재생에너지, 첨단 인프라 구축에도 필수 소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리는 철강을 제조업 가치사슬 최상단에 위치한 대표적인 기간산업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글로벌 공급과잉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글로벌 조강 생산능력은 약 24억5,000만 톤으로 수요 18억 톤을 약 6억5,000만 톤 웃도는 수준이다. OECD는 2028년 글로벌 과잉 생산능력이 7억 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존재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철강 수출은 약 1억3,000만 톤으로 전 세계 철강 수출의 29% 수준을 차지했다. 2016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중국 수출은 최근 내수 부진과 공급과잉 영향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주요국들은 철강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리는 가장 적극적인 국가로 미국을 지목했다. 미국은 철강산업 재건을 제조업 부흥의 출발점으로 규정하고 관세를 산업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했으며 적용 대상도 파생제품까지 확대했다. 철강산업 가동률 80% 이상 유지를 목표로 제시하며 자국 내 생산과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해외 철강사들의 현지 투자 확대를 이끌고 있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했고 현대제철과 포스코 역시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EU 역시 철강산업을 전략적 자율성 확보의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럽 철강 및 금속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에너지 비용 지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철강 수입규제 강화, 탈탄소 설비 투자 지원 등을 포괄하는 종합 대책을 내놨다. 특히 내년 7월부터 기존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신규 철강 수입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쿼터 물량 축소와 초과 물량에 대한 50%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도 철강산업 재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UK 철강전략'을 발표하고 철강 생산 비중 확대와 생산기반 유지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대규모 보조금 지원은 물론 경영난을 겪는 브리티시 스틸 국유화까지 추진하며 시장 개입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포스리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보호무역 강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공급과잉이나 수입 급증에 대응하는 단기 조치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제조업 재건과 공급망 안정, 첨단산업 육성, 탄소중립 달성 등을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관세와 무역구제 조치뿐 아니라 보조금, 에너지 지원, 공공조달, 금융지원, 인허가 완화 등이 동시에 동원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은 세계 6위 조강 생산국이자 세계 3위 철강 수출국이지만 최근 보호무역 확산과 수입 증가, 탈탄소 투자 부담 확대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포스리는 철강을 전통산업이 아닌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안정적인 생산기반과 공급망 확보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지선 수석연구원은 “철강을 단순한 전통산업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안정적인 생산기반과 공급망 확보를 중시하는 '철강 주권' 관점에서 정책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