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기반 초박막 투명 신경전극 개발...인공시각 가능성 열다
머리카락 1/15 두께의 특수코팅 투명 전극, 빛 투과율 65% 이상 유지하며 신경 신호 기록 실명 마우스의 뇌에서 정상 시각 반응과 78% 일치하는 인공시각 신호 생성
눈이 안 보여도 뇌는 아직 '볼 준비'가 되어 있다. 전 세계 약 200만 명이 앓는 망막색소변성증 이야기다. 이 병은 눈 속 빛 감지 세포를 손상시키지만, 신경 신호를 해석하는 뇌 시각 중추는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눈을 거치지 않고 뇌를 직접 자극하면 다시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연구진이 인공시각 신호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금을 활용한 머리카락 1/15 두께의 특수코팅 투명 전극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은 뇌과학연구소 성혜정·임매순 박사 공동연구팀이 이 가능성을 현실에 가깝게 구현할 초박막 투명 신경전극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전극은 빛을 뇌에 전달하면서, 빛 자극으로 발생한 신경 신호를 깨끗하게 기록할 수 있다.
인공시각을 구현하려면 신경세포에 빛을 전달하는 광유전학 기술이 필요하다. 동시에 인공시각의 품질을 확인하고 빛 자극의 효율을 높이려면, 뇌에서 나타나는 신경 신호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신경 전극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금속 전극은 광유전학을 위한 빛의 투과를 막거나, 통과시켜도 강한 전기 잡음이 뇌 신호를 덮어버렸다. ‘투명하면 전기가 잘 통하지 않고, 전기가 잘 통하면 빛이 막히는’ 딜레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15분의 1 두께의 투명 전극으로 이를 해결했다. 전극에 전기를 흘리려면 금속이 필요하지만, 금속층이 얇아질수록 원자가 뭉쳐 빛을 막는다. 연구팀은 금속을 입히기 전극 표면에 특수 코팅을 적용해 금 원자가 물 위 기름처럼 얇고 고르게 펼쳐지도록 했다. 그 결과 기존에 100 나노미터(nm)이던 금 박막 두께를 10 나노미터로 줄였다. 전극 전체 두께는 약 4 마이크로미터(μm)에 불과해 뇌 표면에 자연스럽게 밀착된다.
개발된 전극은 빛의 65% 이상을 통과시키면서도 기존 수준의 전기 신호 측정 성능을 유지했다. 빛 자극 시 발생하는 전기 잡음은 최대 74% 줄었고, 2만 번 구겼다 펴는 실험에서도 성능이 유지됐다.
연구팀이 실명 마우스의 뇌 표면에 이 전극을 올리고 파란빛 기반 광유전학 기술로 신경세포를 자극하자, 정상 시각 마우스의 뇌 신호와 78% 일치하는 인공시각 신경신호가 세계 최초로 생성됐다. 뇌의 시각 중추를 빛으로 자극해 '실제 보는 것'에 가까운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높은 수준의 인공시각 구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같은 원리를 청각·촉각 담당 뇌 부위에 적용하면 청각 장애 치료와 촉각 복원 기술로 확장될 수 있다. 뇌 신호를 읽고 자극을 스스로 조절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의 핵심 부품으로도 활용이 기대된다.
성혜정 KIST 선임연구원은 "투명하면서도 전기가 잘 통하는 전극을 만들어, 광유전학 자극과 이미징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임매순 KIST 책임연구원은 “빛과 신호 기록을 동시에 처리 가능해 첨단 BCI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난치성 신경·감각 질환으로 고통받는 국민 삶의 질 향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