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스코, 글로벌 자동차강판 특허전서 잇단 성과…아르셀로미탈 독주에 균열
미국·중국서 경쟁사 핵심 특허 무효 판단…자사 특허 방어도 성공 중국·유럽서 직접 침해소송…완성차강판 기술 경쟁 확대
포스코가 미국과 중국에서 경쟁사의 HPF(Hot Press Forming, 핫스탬핑 기술) 특허를 잇달아 무력화하고, 자사 특허를 앞세운 권리행사에 나섰다. 중국과 유럽에서 특허침해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아르셀로미탈 중심이던 글로벌 핫스탬핑 특허 경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경쟁사의 특허 공세를 막는 데 집중했던 포스코가 방어를 넘어 직접적인 권리행사로 대응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경쟁사 특허의 효력을 다투는 동시에 자사 기술과 고객사를 보호하며 글로벌 자동차강판 시장 확대를 뒷받침할 특허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의 자동차 환경·연비 규제 강화도 핫스탬핑 기술과 관련 특허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핫스탬핑은 강판을 고온으로 가열한 뒤 금형에서 성형과 냉각을 동시에 진행하는 기술이다. 차체 무게를 줄이면서 충돌 안전성을 높일 수 있어 전기차와 고급 자동차를 중심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핫스탬핑 시장이 성장하면서 철강사와 완성차 업체를 둘러싼 특허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 분야의 전통적인 특허 강자로 평가받아 온 아르셀로미탈(AM)의 주요 특허가 미국과 중국에서 잇달아 무효 판단을 받으면서 특정 기업 중심이던 경쟁 구도에도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
◇ 미국서 AM 특허 잇단 무효 판단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지난 7월 16일 포스코가 아르셀로미탈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심판에서 미국 특허 제10,961,602호와 제11,326,227호의 청구항이 선행기술을 고려할 때 자명해 특허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포스코는 2024년 9월 두 특허를 대상으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했다. 아르셀로미탈의 특허가 포스코의 핫스탬핑 제품과 이를 사용하는 완성차 고객사의 사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앞서 아르셀로미탈은 2024년 4월 베트남 완성차 업체 빈패스트가 해당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미국 내 차량 수입금지를 청구했다. 그러나 ITC는 지난해 두 특허를 무효로 판단하고 아르셀로미탈의 청구를 기각했다.
PTAB도 같은 특허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리면서 아르셀로미탈 특허의 유효성은 다시 한번 인정받지 못했다. 아르셀로미탈은 이후 빈패스트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기했던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특허권자 보호 기조가 강한 미국에서 연이어 나온 판단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아르셀로미탈이 ITC와 PTAB에서 잇달아 특허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포스코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핫스탬핑 기술 개발과 현지 사업에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서도 경쟁사 특허 무효화 참여
중국에서도 아르셀로미탈이 특허침해소송의 근거로 삼은 핫스탬핑 특허가 무효화됐다.
아르셀로미탈은 2023년 9월 일본제철이 보유한 중국 특허 ZL201280016850.X를 근거로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포스코와 바오스틸, 수도강철, 위체이탕이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중국 국가지식재산국(CNIPA)은 2024년 7월 진보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특허를 무효로 결정했다.
침해소송의 근거였던 특허가 효력을 잃으면서 아르셀로미탈의 비야디 상대 소송도 종결 수순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아르셀로미탈이 내세운 특허가 인정받지 못하며 핫스탬핑 기술 특허 경쟁의 다변화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라고 평가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사의 특허 공세를 약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포스코 핫스탬핑 강판을 사용하거나 적용을 검토하는 완성차 업체의 특허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사업적 의미가 작지 않다.
◇ 자사 특허 방어 넘어 중국·유럽서 권리행사
최근 포스코의 특허 전략도 수비 중심에서 적극적인 권리행사로 전환하고 있다. 경쟁사 특허의 무효화를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사가 보유한 핫스탬핑 특허를 근거로 직접 침해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아르셀로미탈과 일본제철,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는 포스코의 중국 핫스탬핑 특허 3건을 대상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포스코는 심판 과정에서 다수의 특허 청구항을 유효하게 유지하며 자사 권리를 방어했다.
포스코는 중국에서 유효성이 인정된 특허를 근거로 니오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에서도 니오를 상대로 별도의 침해소송에 나서며 권리행사 범위를 주요 자동차 시장으로 넓혔다.
미국과 중국에서 경쟁사가 내세운 특허의 효력을 무너뜨리고 중국에서는 자사 특허를 지켜낸 뒤, 중국과 유럽에서 직접 권리행사에 착수한 셈이다.
◇ 특허 경쟁력, 자동차강판 판매로 연결
핫스탬핑 특허 경쟁은 철강업계를 넘어 완성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허 침해 여부에 따라 해당 강판을 적용한 차량의 생산과 판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완성차 업체들도 소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급사의 특허 경쟁력과 권리 확보 수준을 중요하게 살피고 있다.
자동차강판 제조사가 기술의 독자성과 특허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완성차 업체까지 특허 소송이나 수입금지 등 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반대로 주요 시장에서 안정적인 특허 권리를 확보한 기업은 제품 성능과 함께 법적 안정성까지 제공할 수 있어 고객사의 신뢰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이에 포스코가 미국과 중국에서 거둔 특허 대응 성과는 글로벌 핫스탬핑 강판 판매 확대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자사 기술을 보호하는 동시에 고객사의 사업 리스크까지 줄일 수 있는 역량이 자동차강판 공급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강판의 성능뿐 아니라 특허 분쟁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주요 시장에서 안정적인 특허 권리를 확보한 철강사는 고객사에도 법적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어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