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배출권價 ‘껑충’…탈탄소 시계는 빨리 돌아간다

2026-08-17     황병성

최근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 당 2만6,000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올해 초 1만 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이다. 지난해까지 배출권 가격은 탄소 감축을 유도하기에는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점차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탄소 배출은 더 이상 추상적인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손익과 투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 되고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의 배경은 분명하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이 시작되면서 무상으로 배분되는 배출권 물량이 줄었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배출 총량 관리도 강화되고 있다.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다배출 업종은 앞으로 배출권 확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배출권을 사들이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철강금속업계는 이 흐름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건설, 기계, 에너지 산업을 떠받치는 국가 기간산업인 동시에 탄소 배출이 많은 대표 제조업이다. 이는 철강의 탈탄소 수준이 국내 제조업 전체의 탄소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철강 제품은 품질과 가격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얼마나 낮은 탄소로 생산됐는지, 원료와 전력은 어떻게 조달됐는지, 생산 과정의 배출량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조선, 건설,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 배출이 적은 소재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업계의 대응 속도는 곧 거래 경쟁력이 된다.


탄소 가격 상승은 부담이지만, 동시에 분명한 신호다. 배출권 가격이 낮을 때는 저탄소 설비 투자가 비용으로만 보이겠지만 탄소 배출 비용이 커질수록 감축 기술의 경제성은 높아진다. 고효율 설비, 전기로 고도화, 폐열 회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같은 기술은 더는 먼 미래의 선택지가 아니다. 비용을 줄이고 시장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투자 대상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가 기후테크다. 철강금속산업은 기후테크와 단순한 수요자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기후테크 확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공급 산업이다. 풍력발전에는 두꺼운 강재와 구조물이 필요하고, 태양광과 전력망 확대에는 다양한 철강과 비철금속 소재가 들어간다.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은 전기강판, 특수강, 알루미늄, 배터리 소재 수요와 연결된다. 수소 저장·운송 인프라와 CCUS 설비에도 강관, 압력용기 등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철강금속업계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한다. 


우선 스스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테크 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소재와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규제 대응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저탄소 전환을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은 철강금속업계에 경고음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출발 신호이기도 하다. 이제 탄소 감축은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어 전략이자, 미래 시장을 여는 성장 전략이다. 철강금속산업이 탄소를 줄이는 산업이자 탄소 감축을 가능하게 하는 소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때, 탈탄소 시대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K-스틸법 외에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기후테크 특별법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법안에는 기후테크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 연구개발과 실증 지원, 규제 샌드박스, 사업화 자금과 금융 지원 등을 담는다. 철강금속업계에는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조달, 합리적인 전력요금 체계, 수소 공급망, CCUS 인프라, 세제와 금융 지원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