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의 비결은?

2026-08-31     황병성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잠을 자는 것은 단순히 눈을 감는 것이 아니다. 지친 몸에는 쉼을 허락하고, 어지러운 마음에는 위로를 건넨다. 낮 동안 혹사당한 근육은 잠을 통해 다시 힘을 얻고, 복잡했던 생각은 조용히 매듭을 푼다. 상처 난 마음도 잠을 자고 나면 조금은 치유된다. 어두웠던 마음도 새벽 햇살과 함께 다시 빛을 되찾는다. 그래서 잠은 의사보다 먼저 우리 몸을 치료하는 침묵의 명의(名醫)다. 이 잠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 좋은 침대다.


침대업체 중 하나인 시몬스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의 광고로 유명하다. 이에 못지않게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에이스 침대도 유명하다. 참고로 대한민국 침대업체 1위는 에이스이고 2위는 시몬스, 3위가 썰타이다. 사실 이 세 회사는 같은 계열사이다. 에이스 침대 안성호 사장과 시몬스 침대 안정호 사장은 형제지간이다. 이 둘의 아버지인 안유수 회장이 3위 업체인 썰타침대를 개인사업자로 운영하고 있다. 이 세 사람이 우리 국민의 편안한 잠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시몬스가 우리 업계와 좋은 인연으로 타사와 초격차를 벌이고 있다. 이종(異種) 업체와 전례 없는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철강제품이 이 회사 초격차 전략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흐뭇하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만드는 일등 공신이 바나듐을 소재로 만든 스프링이다. 현재 시몬스는 고객 체형에 따라 침대에 5종의 포켓스프링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24년 최초 공개한 바나듐 포켓스프링은 포스코·고려제강 등 철강·소재 기업과 상호 협력을 통해 개발했다.


스프링의 모재를 제공한 곳이 포스코이다. 이를 고려제강이 오브제로 얇게 뽑아내 철사를 만들고, 해당 철사를 공급받아 시몬스가 스프링을 제작해 침대에 적용한 것이다. 소재인 바나듐은 고온·고압 내구성이 좋다. 주로 항공 엔진 등 특수 분야에 쓰인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바나듐 스프링은 기존 스프링 대비 탄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세 업체가 손을 잡고 기술개발 방향을 논의하고 판을 새롭게 짯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이 수급·품질의 안정화, 신소재·신기술 확보를 위한 공급망 생태계 구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사실 우리 업계의 공급망은 안정적이지 않다. 늘 살얼음 위를 걷는 듯 불안하다. 수요업계와의 지루한 줄다리기로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수입재가 앞길을 가로막는다. 예를 들어 후판 제품이 그렇다. 조선사들이 비교적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국산을 애용해 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값싼 중국산 제품을 애용하는 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국산에 27.91∼34.10%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했다. 국내 철강사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에도 수입이 줄지 않고 있다. 올해 1∼4월 중국산 수입이 15% 늘었다.


같은 기간 국산 후판 내수 판매는 8.4% 증가했다. 중국산 후판 수입 증가율이 국산 판매 증가율을 웃돌았다. 보세구역을 통한 반입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용 선박 제작을 위해 보세구역으로 들여오는 철강재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에도 조선용 중국산 후판의 가격 경쟁력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수입 구조 역시 국내 후판 수급과 가격 협상 과정에서 함께 고려되는 요소다. 물론 우리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수요업계에 애국을 강요하면서까지 국산 철강재를 사용해 달라고 호소할 수는 없다. 그들도 원가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에서 생산한 철강제품을 지역이 직접 사용하는 ‘포항산 철강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포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공공재 등으로 먼저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철강 도시의 자존심이자 지역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취지에 “향후 어떤 소재를 추가 개발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3사가 서로 얘기는 나누고 있다”라는 시몬스 측 담당자의 얘기가 겹쳐진다. 두 모습은 우리 업계가 고마워하고, 감사할 일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국산품을 애용하자’라고 외치던 과거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