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 우선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9월 9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은 상대방의 경영 능력과 지배구조, 투자 판단을 문제 삼으며 다시 여론전에 나섰다. 서로에 대한 비방전은 결코 기업가치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과 집중투표 방식의 독립이사 4명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선임 등이 다뤄진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에는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돼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독립이사 4석은 양측이 2석씩 확보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실질적인 승부처는 감사위원 1석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주총에서 어느 한쪽이 유리한 결과를 얻더라도 분쟁이 끝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사회 구성과 지분 관계, 각종 법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실제로 양측은 법원 판단과 투자 문제, 해외 사업의 재무 부담 등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주총에서 한 차례 표 대결이 끝나도 다음 주총과 법적 절차를 겨냥한 공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등 기초금속을 비롯해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게르마늄 등 핵심·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국내 대표 비철금속 제련기업이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광물 확보뿐 아니라 제련과 정련, 소재화 능력이 공급망 주도권을 좌우하는 최근의 산업환경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중국의 수출통제로 게르마늄과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의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려아연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추진하는 통합제련소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시설은 갈륨과 게르마늄, 인듐, 안티모니, 아연 등 핵심·전략광물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하는 거점으로 계획됐다. 미국 상무부는 이 사업이 현지 핵심광물 공급 확대와 공급망 병목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대규모 투자와 사업 추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점이다. 핵심광물 제련사업은 설비 구축과 기술개발, 인허가, 고객사 인증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경영권 갈등이 계속되면 투자 의사결정과 글로벌 파트너십, 중장기 사업계획의 일관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론 주주의 권리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다. 사모펀드 역시 비효율적인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순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금 회수와 수익 실현을 중시하는 자본의 논리가 국가 기간산업에 필요한 장기투자 방향과 언제나 일치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핵심광물처럼 공급망 안정이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에서는 단기 수익성 외에도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전문인력 유지, 국내 생산 기반 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제련·정련과 희소금속 회수 역량은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우며, 한번 약화된 산업 기반을 복원하는 데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따른다.
승자독식의 결론 외에 합리적인 타협점은 없을까? 우선 상대방을 완전히 배제해야만 경영 안정이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그러면서 주주권과 경영 투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축적된 제련기술과 핵심광물 공급망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고 장기 투자와 기술 경쟁력, 공급망 안정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주주와 산업계 모두에 대한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