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고전문학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청년 베르테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으로 인해 점점 파멸해 가는 과정을 편지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베르테르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엄격한 위계질서와 신분제 사회에 융화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불만에 찬 젊은 지식인의 전형을 형상화했다. 발표 당시 베르테르식 열병을 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와 1775년 판금을 당하기도 했다. 괴테의 질풍노도와 같은 이 소설은 독일 근대소설 탄생 동기가 되었다.
베르테르는 사랑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이상을 현실에 맞추지 못했던 사람이다.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그는 이성과 규칙, 신분과 사회적 질서가 지배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한 것,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놓지 못한 마음이 파멸로 몰고 갔다. 이 작품에서 로테는 단순히 ‘베르테르가 사랑한 여자’라기보다 그가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이상적인 세계를 상징한 것이다. 이처럼 젊은이들의 시대적 고민과 좌절은 늘 존재해 왔다.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는 국가의 미래다. 그래서 그들의 가치관과 국가관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이 모든 것이 훌륭하다. 이것은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 특히 문화와 체육적 재능은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다. 모두가 고민과 좌절의 진통을 겪은 후에 나온 산물(産物)이다. 만약 좌절 속에서 포기했다면 절대로 이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BTS 등과 같은 가수들이 그렇고, 손흥민, 이강인, 안세영, 김연아 등 운동선수가 그렇다. 항상 이들 앞에 ‘K’라는 위대한 명사가 붙는 이유다.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드리운 그림자도 있다. 늘 이것이 안타깝다. 해결이 쉽지 않은 사회적 문제이어서 심각성은 더욱 크다. 어른들이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할 일이어서 책임감도 따른다. 이와 관련한 ‘2026 한·일 청년 의식 조사’에 눈길이 머문다. 우선 비혼 이유를 한국 청년들은 결혼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주거비 부담 경감, 출산·육아 지원, 아버지의 육아 참여 등 구체적인 경제적·제도적 지원을 중시했다. 반면 일본 청년들은 라이프스타일을 주요 요소로 꼽았다. 이처럼 양국 청년들이 제시한 결혼을 위해 우선해야 하는 조건이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자신들 세대가 “국가의 미래를 밝게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청년의 34.7%가 긍정해 일본(19.8%)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저출생 등 공통 과제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도 한국 청년의 40.1%(특히 남성은 51.8%)가 찬성해 일본(23.7%)보다 훨씬 열린 태도를 보였다. 미야모토 다로 주오대 법학부 교수는 “한국 청년들은 가혹한 경쟁 환경 속에 놓여 있음에도 결혼이나 연애 의욕이 아직 높으며, 어려운 환경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기에 오히려 적극적인 전망과 조건을 내놓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보았다.
이 조사는 한·일 양국 젊은이들의 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의식이 일본보다 훨씬 깨어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 교수도 인정하였듯이 생각이 적극적이라는 점이 신뢰가 간다. 적극적인 사고는 고민과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이것이 세계 속에 K 컬처 등을 꽃피우게 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청년들이 필요한 조건을 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러쿵저러쿵 잘못된 훈수를 두는 정치권이 문제를 키웠다. 최고 원인 중 하나지만 병폐(病弊)로 자리한다.
베르테르가 사랑했던 여인 로테는 국내 대기업 롯데(LOTTE)의 사명 기원이 되었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은 젊은 베르테르가 사랑한 여주인공인 샤를로테처럼 매력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어 샤롯데에서 참고했다고 한다. 로테는 약혼자가 있는 여자였다. 그녀를 사랑한 베르테르는 잠시 행복하였으나 마지막은 불행으로 끝을 맺는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요즘 젊은이라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 업계에도 젊은 직원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깨어있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그 생각이 회사를 발전시키고 국가를 발전시킨다. 그래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되지 않고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으로 승화(昇華)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