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량 수입하던 전기로 국산화한 ‘SAC’…이제는 日·유럽이 먼저 찾는다
한형기 SAC 회장 “합금철 전기로 기술로 세계 제패… 차세대 친환경 철강설비 선도할 것” 합금철 전기로 시장 90% 장악 후 해외로 눈 돌려…말련·우즈벡·러시아 거쳐 카자흐서 ‘잭팟’ HyREX 전극 개발 수주 및 독일 라이닝社 폐열회수 독점계약 등 ‘저탄소 포트폴리오’ 다각화
충남 아산의 철강설비·플랜트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인 에스에이씨(SAC·회장 한형기)는 전량 수입에 기대던 합금철 전기로를 국산화한 회사다. 그 기술을 들고 해외 플랜트 시장으로 나갔다. 지난해 매출 432억 7,100만 원 가운데 수출이 88%를 차지했다.
사업 내용은 네 갈래로 분류된다. 전기로 플랜트는 합금철 생산용 전기로(SAF)와 정련로, 원료 투입부터 전극·제어시스템까지 이어지는 부대설비를 다룬다. 말레이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카자흐스탄 프로젝트가 여기서 나왔다.
공업로 플랜트는 매출 비중이 가장 두꺼운 축이다. 연속식·배치식 열처리로와 워킹빔식 가열로, 용융아연도금라인(CGL)과 연속소둔라인(CAL), 스테인리스 스트립 처리라인, 알루미늄 용해·재활용로, 수소연소식과 축열식 버너를 만든다.
리사이클링 플랜트는 환원용융 전기로가 중심이다. 폐배터리와 폐기판, 소각재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설비다. 네 번째는 수소에너지다. 연료전지(PEMFC)와 수소저장합금(MgH₂) 발전시스템, 연속식 고체수소 반응기, 수소개질기를 개발해 왔다.
회사는 1998년 삼천리공업로로 출발해 2000년 지금의 상호로 바꿨다. 시작은 공업로 단위 설비였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용융아연도금설비(CGL)를 개발해 베트남에 수출했다. 이후 열처리로와 가열로, 스테인리스 연속소둔라인 등 철강 공정로 전반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8년 현대종합특수강 CAL·STC 176억 원, 2023년 현대제철 후판 열처리로 210억 원이 대표적인 국내 실적이다. 현대제철 건은 저NOx 사양이었다.
회사가 건 핵심 승부처는 ‘합금철’ 분야다. 2009년 국내 최대인 50MVA급 합금철 전기로를 수주했다. 국내 주요 합금철사인 동부메탈과 심팩, 동일산업, 포스하이메탈을 고객사로 두며 국내 합금철 전기로(SAF) 시장의 90% 이상을 확보했다.
SAC는 이후 내수 합금철 설비 시장이 포화되자 방향을 외국으로 틀었다. 2012년 말레이시아 페르타마와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합금철 플랜트를 EPC로 수주했다. 그러나 이후 EPC는 받지 않고 있다. 인력과 공정 변수를 떠안는 건설업에 가깝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회사는 엔지니어링과 핵심 설비 공급, 시운전 감독으로 범위를 좁히고 있다. 회사의 핵심 강점인 ‘설계’와 ‘엔지니어링’ 역량에 회사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에 설비 제작은 100% 협력업체에 맡기고 설계와 검사, 공정관리를 직접 챙긴다. 2016년 우즈베키스탄 2,000만 달러, 2018년 러시아 1,0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 카자흐스탄과 일본, 두 개의 승부수
현재 회사 사업의 무게 중심은 ‘카자흐스탄 사업’에 있다. 2021년 설계계약을 시작으로 세 차례 본계약을 거쳐 약 7,000만 달러를 따냈다.
페로실리콘(FeSi75)을 생산하는 전기로 4기가 핵심 설비다. 1단계는 내년 5월 준공 예정이며, 곧바로 2단계에 들어간다. 연산 8만 톤에서 16만 톤으로 늘어난다. 발주처가 그리는 그림은 더 크다. 파블로다르주에 대통령령으로 철강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단계까지가 페로실리콘, 3단계는 제강공장이다. 지난해 3월 현지 법인도 세웠다.
다음 카드는 ‘일본’이다. 지난해 7월 다이도특수강(대동특수강)과 전기로 기술제휴 비밀유지협약(NDA)을 맺었고, 최근 다이도특수강과 본 협약을 맺었다. 먼저 손을 내민 쪽은 다이도특수강이었다. 양사는 선재와 동관 소둔로 등 열처리로 분야에서 40여 년간 제휴 관계를 이어온 사이다.
구조는 맞교환이다. SAC의 합금철용 SAF 전기로와 1916년 창업한 다이도특수강의 제강용 EAF 전기로를 서로 주고받는다. 일본을 뺀 전 세계 시장에서 EAF를 공동 영업하자는 것이 상대의 제안이다. 두 기술을 합쳐 겨냥하는 것은 수소환원제철용 하이브리드 전기로다. 예비환원된 철을 녹이려면 SAF와 EAF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양측의 사업 기술제휴는 상호 간 새로운 먹거리 및 기술력, 영업망 공유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통의 설비 및 세계적 특수강 사업 능력을 갖춘 다이도특수강이 먼저 SAC에 기술 교환을 제안할 만큼, 회사의 기술력이 잠잠한 시장인 국내보다도 외국에서 더 값지게 평가받고 있다. SAC는 해외 설비제품 및 기술력만 일방적으로 맹신하는 국내 철강금속 설비·플랜트 시장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아 회사의 지평을 넓혀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SAC와 다이도특수강은 충남 아산 본사에서 SAF-EAF 기술제휴 협약을 맺었다. SAC가 겨냥하는 곳은 하이브리드 전기로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은 예비환원된 철을 녹이는 기술이다. SAF도 EAF도 아닌 중간 기술이 필요하다. 직접환원철(DRI)에 스크랩을 섞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두 기술을 모두 가진 쪽이 앞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일 양국의 대표 전기로 설비 기술 보유 업체가 각자 강점 분야를 맞바꾼 것도 이 지점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철강업계 탄소중립 돕고, ‘도시광산’ 시대도 대비
포스코와는 전기용융로 전극설비 개발·공급 협약을 맺었다. 앞서 포스코연구소의 파일럿 전기용융로도 수주했다. 직접환원철(DRI) 슬래그를 녹이는 설비다. 연소기기는 수소 혼소 사양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금속 회수 분야도 넓히고 있다. 고려아연 리사이클링 파일럿 플랜트는 폐배터리에서 니켈과 코발트, 구리를 95% 이상 회수한다. 성일하이메탈에 공급한 환원용융 전기로는 폐기판과 폐촉매에서 구리와 금, 은, 백금을 뽑아낸다.
연구개발도 저탄소에 몰려 있다. 저품위 니켈산화광에서 고농도 니켈 중간물을 만드는 건식제련 기술, 폐플라스틱 가스화 수소 생산 기술, 철강 무탄소 연료전환 기술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독일 라이닝(REINING)과 폐열회수 시스템 기술제휴를 맺었다. 보유 특허는 30건, 출원은 3건이다.
계열 구조도 철강·금속에 맞춰져 있다. 무계목강관을 만드는 에스에이씨메탈, 소형 공업로와 소각재 용융로를 맡는 에스에이씨티엔에스가 있다. 2006년 세운 중국 쑤저우 법인은 선재용 열처리 설비를 30여 기 팔았고 현지 사후관리 거점도 맡는다.
SAC 한형기 회장은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버티며 철강 설비 제조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며 “중소기업이 카자흐스탄에서 저만한 공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자부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