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硏, 초전도 선재 ‘3D 비접촉 초정밀 검사 기술’ 최초 개발
미세 오차 실시간 감지로 초전도 자석 파손 및 성능 저하 사전 차단 첨단소재 제조 산업 전반 파급 및 스마트 품질관리 기술 도약 기대
한국전기연구원(KERI) 극저온기기연구센터 하홍수·박인성 박사팀이 종이보다 얇고 길이가 수백 미터에 달하는 테이프 형태의 ‘고온초전도 선재’ 두께와 폭을 비접촉 방식으로 정밀하게 연속 측정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고온초전도 선재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어 큰 전류를 손실 없이 흘려보낼 수 있는 꿈의 소재다. 주로 핵융합 장치나 의료용 MRI, 고효율 전력기기 등에 쓰이는 강력한 ‘초전도 자석’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일반 A4 용지보다 얇은 수십 마이크로미터(μm) 두께에 폭은 4~12mm인 길고 얇은 테이프 형태를 띠고 있다.
초전도 자석은 이 얇은 선재를 수백 번 이상 촘촘하게 감아서 완성한다. 선재 한 가닥의 두께 차이는 수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수백 겹 쌓이면 자석 전체의 크기와 형태에 큰 오차를 유발한다. 두루마리 휴지가 어긋나게 감길수록 한쪽으로 크게 쏠리고 일그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누적된 오차는 자석 특정 부위에 힘을 집중시켜 파손을 일으키거나, 자기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장비 성능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처럼 선재의 정밀한 상태 검사가 필수적임에도 기존 방식은 한계가 뚜렷했다. 접촉식 센서는 선재 표면에 긁힘이나 오염을 유발했고, 비접촉식 방식은 선재가 이송 중 흔들리면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해 긴 선재 전체를 한 번에 검사하기 어려웠다. 결국 정밀 검사를 위해서는 값비싼 선재를 일일이 잘라내 단면을 현미경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했다.
KERI는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사기 필름처럼 선재를 한쪽 릴에서 다른 쪽 릴로 감아 넘기는 ‘릴투릴(Reel-to-Reel)’ 이송 장치에 ‘상하 대향형 색채 공초점 레이저 센서’를 결합했다. 잉크젯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가 종이 위를 좌우로 왕복하듯, 위아래에 설치된 두 개의 레이저 센서가 선재 표면을 좌우로 빠르게 훑으며 양쪽 표면까지의 거리를 동시에 측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빛을 보내고 받는 경로가 거의 같은 '공초점 레이저' 방식을 채택해 은이나 구리처럼 빛 반사가 강한 금속 표면도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여기에 얇은 선재가 흔들림 없이 이동하도록 실시간 장력 제어 및 속도 자동 보정 기술을 적용하고, 노이즈를 걸러내는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국내 기술로 구축해 시스템의 신뢰성을 극대화했다.
새롭게 개발된 시스템은 선재가 시간당 100미터(100m/h) 속도로 이동하며 진동하는 이송 환경에서도, 측정 오차를 초미세먼지보다도 작은 ±1.5μm(마이크로미터, 1mm의 1,000분의 1) 이하로 억제하는 압도적인 정밀도를 자랑한다. 또한, 센서 이동 속도를 초당 4밀리미터(4mm/s) 이하로 정밀하게 제어할 경우, 반복 측정 오차는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 분의 1(0.2μm 이하) 수준까지 줄어든다. 덕분에 귀중한 소재를 일일이 자르지 않고 연속으로 검사하면서, 어느 부위가 얇고 두꺼운지 혹은 가운데가 볼록하거나 오목한지 등 선재의 입체적인 형상을 3차원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의 범용성도 매우 뛰어나다. 고온초전도 선재뿐만 아니라 이차전지에 쓰이는 구리박·알루미늄박, 금속 압연재, 박막 태양전지, 전자소재용 정밀 필름 등 얇고 긴 형태로 연속 생산되는 다양한 첨단소재의 품질 검사에도 즉시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실시간 측정 데이터를 생산 장비와 연동하여, 도금이나 압연 등의 공정 조건을 기계가 스스로 자동 조절하게 돕는 ‘스마트 품질관리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연구의 우수성은 대외적으로도 널리 입증됐다. 관련 성과는 초전도 응용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IEEE Transactions on Applied Superconductivity’에 2024년부터 2026년에 걸쳐 총 3편의 논문으로 연이어 게재됐다. 특히 단순한 장비 개발을 넘어 전해연마, 코팅, 구리도금 등 실제 제조 단계별로 선재의 형상 변화를 3차원으로 분석하고 공정 개선 방향까지 제시해 큰 학술적·산업적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까다로운 미국 특허 등록(US 12,487,078)을 포함해 국내외 특허 출원까지 성공적으로 마쳐 확실한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KERI 하홍수 박사는 “고온초전도 선재의 미세한 두께 오차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이것이 수백 겹 쌓이면 거대한 초전도 자석의 전체 성능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라며, “이번 기술은 보이지 않는 미세 오차를 생산 단계에서 조기에 찾아내 첨단소재의 품질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돕는 스마트 제조 기술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추진된 ‘고온초전도마그넷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인 ‘고성능 고온초전도 자석용 선재의 기반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도출됐다. 본 과제는 KERI가 주관을 맡았고, 서남, 삼동, 국립경국대, 서울과학기술대, 부산대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