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산화물 코팅 기술 활용한 ‘메타렌즈’ 개발

유리 나노기둥에 얇은 옷만 갈아입혀 작동 파장 변경, 티타늄·지르코늄 산화물 코팅 활용

2026-09-10     엄재성 기자

국내 연구진이 금속 산화물을 활용해 자외선부터 가시광선까지 빛의 영역을 선택해 다룰 수 있는 메타렌즈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안지환 교수, 기계공학과 성준화 박사,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전영선 씨 연구팀이 자외선부터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까지, 원하는 빛의 영역을 골라 다룰 수 있는 고효율 하이브리드 메타렌즈를 개발했다. 하나의 유리 나노구조 위에 자외선용과 가시광선용 코팅을 각각 입히는 방식으로, 렌즈의 뼈대는 그대로 둔 채 작동하는 빛의 종류만 바꾼 것이 핵심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메타렌즈는 나노미터 규모의 인공 구조물들을 평평한 판 위에 촘촘히 배열해 빛을 제어한다. 기존 렌즈가 두툼한 곡면으로 빛을 꺾는다면, 메타렌즈는 표면에 새겨진 미세한 구조가 빛의 진행 방향을 조종한다. 얇고 가벼운 데다 성능까지 뛰어나, 초소형 카메라부터 센서, AR·VR 안경까지 차세대 광학기기 판도를 바꿀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문제는 제품에 넣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넓은 영역에서 높은 효율을 내면서, 그것도 대면적으로 값싸게 만들기가 어려웠다. 가시광선을 다룰 때는 성능 좋은 재료가 있긴 하지만, 그 재료를 두껍게 쌓고 깊게 깎아내야 해서 만들기가 까다로웠다. 반대로 자외선 영역에서는 그런 고성능 재료가 오히려 빛을 잡아먹어 효율이 뚝 떨어졌다.

한편, 유리(SiO₂)는 자외선부터 가시광선까지 빛을 잘 통과시키고 반도체 공정과도 잘 맞지만, 빛을 휘어잡는 힘이 약해 혼자서는 고효율 렌즈를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발상을 뒤집었다. 매번 새로운 렌즈를 설계하고 깎아내는 대신, 유리로 만든 나노구조를 '공통 뼈대'로 삼고 그 위에 필요한 빛에 맞는 얇은 옷만 갈아입히기로 한 것이다. 마치 같은 마네킹에 여름옷과 겨울옷을 번갈아 입히듯, 뼈대는 그대로 두고 코팅 재료만 바꿔 자외선용 렌즈와 가시광선용 렌즈를 모두 만들어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 전략을 '물질 선택형 하이브리드화'(material-selective hybridization)라고 이름 붙였다.

하이브리드

연구팀은 유리 기판에 직접 새긴 나노기둥을 공통 뼈대로 만든 뒤, 원자 한 층 한 층을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원자층증착법(ALD)으로 자외선용에는 10nm 두께 산화지르코늄(ZrO₂)을, 가시광선용에는 20nm 두께 산화티타늄(TiO₂)을 고르게 입혔다. 여기에 섭씨 80도라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처리하는 공정을 적용한 것이 묘수였다. 이 과정을 거쳐 가시광선용 코팅은 단단히 결정을 이뤄 빛을 휘어잡는 힘을 키웠고, 자외선용 코팅은 자외선이 잘 통과하도록 무른 상태를 유지하게 했다. 같은 유리 뼈대를 쓰면서도 어떤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빛을 다루는 렌즈가 완성된 셈이다.

노준석 교수는 “렌즈의 뼈대를 매번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니 제작 과정이 훨씬 더 간단해지고, 반도체 공정과도 잘 맞아 대량생산 문턱도 낮아진다”라며 “초소형 카메라, 웨어러블 센서, AR·VR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광학기기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핵심 플랫폼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