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못쓰던 철광석’ 활용, 중국이 던진 시사점

2026-09-14     에스앤엠미디어

최근 중국이 저품위 철광석을 고품위 정광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세계 최대 규모로 상용화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안산강철이 가동한 이 신규 설비는 연간 556만 톤 규모로, 그동안 경제성이 없어 방치됐던 저품위 철광석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중국 연구진은 철 함량 11% 수준의 광석을 65% 수준의 정광으로 전환할 수 있고, 에너지 소비 또한 기존 유사 공정보다 크게 낮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한국 철강업계가 이 소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그 이면에 있는 전략적 의미에 있다. 그동안 세계 철광석 시장은 사실상 호주와 브라질의 고품위 광산이 주도했고, 중국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최대 구매자로서 ‘을’의 위치에 있었다. 국영 철광석 구매 지주회사인 중국광산자원집단(CMRG)을 설립하여 글로벌 광산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 한 것도 ‘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만약 중국이 자국 내 저품위 광석을 대규모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수입 의존도가 점차 낮아져 장기적으로 글로벌 철광석 수급 구조 자체를 흔드는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단순히 해외 광산 투자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없던 자원을 만드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철광석 매장량은 많지만 상당수가 저품위 광석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술은 그 약점을 오히려 경쟁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과거에는 좋은 광산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품위가 낮은 자원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분명하다. 첫 번째 메시지는 원료 전략의 재정립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원료 확보에서 중국보다 더 취약한 구조다. 철광석과 원료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구매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외 광산 투자와 장기 계약도 중요하지만, 저품위 자원 활용 기술과 철 함유 폐자원 회수기술을 극대화해야 한다.

원가 경쟁력에 대한 경고로도 읽힌다. 중국이 자국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원료 조달비용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지원과 대규모 설비 확대가 결합되면 중국 철강사의 원가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로 인해 범용 강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맞닥뜨릴 가격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기에 고급강 중심 전략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에너지용 후판, 하이엔드 스테인리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단순 가격 경쟁으로는 승산을 찾기 어렵다.

자원순환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된다. 중국 연구진은 이 기술이 철광석뿐 아니라 철 함유 산업폐기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향후 철강산업의 경쟁이 광산 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부산물과 폐자원 활용 경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탄소중립이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된 상황에서 슬래그, 더스트, 슬러지 등 제철 부산물의 자원화 기술은 환경 대응과 원료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철강산업은 오랫동안 “광산을 가진 자가 강하다”는 공식이 지배해 왔지만 중국의 이번 사례는 그 공식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는 “낮은 품위의 자원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가 강하다”는 새로운 공식이 부각될 것이다. 한국 철강업계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설비 규모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변화다. 원료 확보 경쟁이 기술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