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신-실리콘-은’ 활용한 전고체 배터리 안정화 기술 개발

초박막 하이브리드 계면층 통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높은 압력 의존성 낮춰

2026-09-14     엄재성 기자

전고체 배터리는 불이 잘 나지 않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지만, 안정적으로 쓰려면 배터리 내부를 강하게 눌러 줄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진이 배터리를 강하게 누르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박막 계면층 개발에 성공했다.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 송영진 박사 연구팀과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홍정수 씨 연구팀이 맥신(MXene)과 실리콘(Si), 은(Ag)을 결합한 초박막 하이브리드 계면층을 만들고,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높은 압력 의존성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됐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불이 붙기 쉬운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안전성이 높고, 에너지도 더 많이 담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황화물’로 만든 고체 전해질은 성능도 아주 뛰어나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있었다. 배터리를 충전하고 방전할 때마다 전극 부피가 조금씩 변하면서 맞닿아 있던 계면에 미세한 틈이 생겼다. 이 틈은 전기가 흐르는 길을 방해하고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려 수십 기압에 달하는 강한 힘으로 계속 눌러줘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누르려면 무겁고 부피가 큰 장치가 따로 필요해, 정작 배터리를 실제 제품에 쓰기 어렵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힘으로 누르는 대신 '똑똑한 완충재'로 이를 해결했다. 리튬 음극과 고체 전해질 사이에 2~4μm(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얇은 층을 끼워 넣은 것이다. 이 층은 세 가지 재료로 구성된다. 얇은 판이 겹겹이 쌓인 구조의 '맥신(MXene)'은 부피가 변할 때 유연하게 휘어지며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스펀지 같은 역할을 한다. 여기에 리튬과 잘 달라붙는 ‘실리콘(Si)’과 ‘은(Ag)’을 씨앗처럼 심었는데, 흥미롭게도 둘의 성격이 정반대다. ‘실리콘’은 제자리를 지키며 리튬이 모여드는 거점이 되는 '고정형 씨앗(immobile seed)’'이고, ‘은’은 리튬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새로운 자리를 만드는 '이동형 씨앗(mobile seed)'이다. 성격이 다른 두 씨앗이 서로 보완하며 리튬이 한곳에만 몰리지 않고 고르게 자라도록 조절한다. 또한, 연구팀은 이 재료들이 리튬과 잘 붙는 성질뿐 아니라, ‘고정형’과 ‘이동성’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그 결과는 뚜렷했다. ‘맥신–실리콘–은(MXene–Si–Ag) 하이브리드 계면층’을 적용한 배터리는 기존 전고체전지에서 요구되던 수십 MPa(메가파스칼) 수준의 구동압을 0.2MPa 남짓까지 힘을 확 낮춰도 끄떡없었다. 그동안 실리콘 소재를 도입한 전고체전지는 5MPa의 높은 구동압에서만 작동했으며, 0.2MPa의 초저압에서 구동하는 전고체전지는 아직까지 보고된 사례가 없다. 실제 고에너지 밀도 NCM8111) 양극(4.18mAh/cm2)을 사용한 배터리의 경우에도 이 초저압 조건에서 200번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72.4%를 유지했다. 실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파우치형 배터리(3×3cm²) 역시 낮은 압력에서 200회 사용 후 82.7%의 성능을 지켜냈다.

이번 성과는 앞으로 더 가볍고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를 억지로 눌러줄 무거운 장치가 사라지면, 그만큼 차는 가벼워지고 주행거리는 늘어난다.

POSTECH 박수진 교수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전기화학적 성능뿐만 아니라 높은 외부 압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창신 교수는 “계면 자체 소재와 구조 설계를 통해 안정적인 전고체 배터리를 구현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 의의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