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원료·에너지發 철강價 인상 확산…韓 고로사도 가격 인상 저울질
중국·일본·대만 이어 미국·유럽까지 철강價 인상 확산 원료탄·에너지 비용 상승 제품價 반영…국내 가격 방어에도 힘 실리나
국내 고로사들의 제품가격 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료탄 등 주요 에너지·원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미국, 유럽 등 주요 철강 생산지역에서도 제조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철강 수요 부진으로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판매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 원료·에너지 부담에 글로벌 철강價 인상 확산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바오산강철은 10월 판재류 내수가격을 전월 대비 톤당 200위안 인상했다. 그 외 일부 제품도 톤당 100위안 올렸다. 안산강철과 번시강철 역시 10월 판재류 가격을 톤당 200위안, 그 외 일부 제품은 톤당 100위안 인상했다.
중국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에는 원료탄 가격 급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주요 지역의 공급 제약이 이어지면서 원료탄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톤당 약 50달러 뛰었다. 원료탄 가격 상승이 고로사의 제조원가 부담으로 직결되면서 제품가격 인상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도 철강업계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의 생산과 수송 차질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은 철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비용뿐만 아니라 원료와 철강제품 운송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원가 부담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 철강사들의 제품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일본제철과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공급하는 철강재 가격을 톤당 1만2,000엔 인상하기로 했다. 양사 간 철강재 가격이 오른 것은 4년 만이다. 에너지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비 부담이 가격 인상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도쿄제철도 10월 계약분 판재류 가격을 톤당 2,000~3,000엔 인상했다. 열연강판을 비롯한 판재류 가격은 톤당 3,000엔, 후판은 톤당 2,000엔 올렸다.
고베제강 역시 원재료비와 에너지비 등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10월 출하분부터 박판과 후판, 선재·봉강 등 전 품목의 가격을 톤당 5,000엔 추가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과 7월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 가격 인상이다.
대만 철강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 최대 철강사 CSC는 10월 내수 판재류 가격을 톤당 500~600대만달러 인상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철강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철강사 뉴코어는 7월 말 이후 열연강판 주간 소비자 현물가격(CSP)을 잇달아 인상했다. 7월 말 숏톤당 1,128달러였던 열연강판 가격은 이후 단계적으로 오르며 9월 중순 숏톤당 1,200달러까지 상승했다. 약 한 달 반 동안 누적 인상폭만 숏톤당 72달러에 달한다.
특히 뉴코어가 최근까지 가격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미국 열연강판 가격도 연중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캘리포니아스틸인더스트리(CSI)의 열연강판 가격 역시 숏톤당 1,260달러 수준까지 높아지는 등 미국 철강사 전반에서 판재류 가격을 끌어올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아르셀로미탈이 11월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20유로 인상하는 등 주요 철강 생산지역에서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 글로벌 인상 흐름에 韓 고로사도 원가 압박…가격 방어 힘 실리나
특히 최근 가격 인상은 철강 수요의 뚜렷한 회복보다는 원료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판매가격이 제자리걸음을 이어갈 경우 늘어난 제조비 부담을 자체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만큼 제품가격을 유지하거나 인상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국내 고로사들의 원가 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광석과 원료탄 등 제철원료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데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물류비 증가까지 더해질 경우 생산비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 열연강판 유통시장은 수요 부진과 저가 수입재 유입으로 가격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원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은 오르는 흐름을 보이면서 고로사 입장에서는 판매가격을 추가로 낮출 여력이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에 국내 고로사들의 가격 방어 기조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 수요가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가격 인상에는 부담이 따르지만,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판매가격까지 낮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요만 놓고 보면 가격을 적극적으로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원료탄과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철강사가 계속 부담하기도 어렵다”며 “중국과 일본 등 주요 철강 생산국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국내 철강사들도 원가와 수입재 가격 움직임을 함께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