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안테나) 통상보다 공급망 붕괴가 더 무서워

2026-09-23     윤철주 기자

지난 17일 국회철강포럼 정책세미나는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토론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세미나 주제인 지역별 전기요금 인하 폭보다 ‘정부·한전’과 ‘철강업계’ 사이의 전기료 지원에 관한 시급성 및 필요성에 대한 온도 차였다.

이 문제에서 한전과 정부의 무게중심은 ‘통상’에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현재 진행 중인 철강 10개 품목 상계관세 조사와 11월 현지 실사를 거론하며 지역 전기요금제가 보조금으로 비치지 않도록 인하 수준을 더 고민하겠다고 했다.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다른 행사에서도 철강업 및 산업계에 대한 전기료 지원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통상분쟁’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이에 대한 철강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이날 행사에서 한 철강업계 참석자는 상계관세가 붙어도 많아야 2~3% 수준이라 이미 50%에 이르는 미국 철강 관세에 비하면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철강협회와 철강사 관계자들이 촘촘한 국내 철강 공급망에서 전기료 급등으로 인해 중소 철강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공급망이 망가지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료 지원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 철강사 관계자는 해외 생산기지를 검토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전기료’를 꼽았다. 그는 주요 철강사 두 곳이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부지를 고를 때도 현지 전기요금이 국내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 기관들의 여러 우려를 가볍게 보기도 어렵다. 미국이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조금으로 보고 상계관세를 부과한 사례가 있고, 전기료 인하에 따른 한전의 재무 부담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통상 리스크를 이유로 지원 논의 자체를 미루거나 시간을 끌 때가 아니다. 정부는 K-스틸법 시행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 추진으로 이미 국내 철강업에 대한 ‘적극 치료’를 결정했다. 쓰러진 선수 앞에서 남은 코스가 험해 보인다는 걱정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인공호흡이 먼저다. 선수가 일어서야 남은 코스도 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