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故 최창걸 명예회장 1주기…세계적 제련기업으로 이끈 도전의 50년

1974년 고려아연 설립부터 글로벌 종합 비철금속 기업 도약까지 자원 확보부터 제련기술 고도화까지 고려아연 경쟁력의 기반 마련

2026-10-06     김영은 기자

 

“나는 혁신이나 개혁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발전해 나가면 한꺼번에 큰일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개혁보다는 변화가 중요하다.”

급격한 변화보다 하루하루의 꾸준한 발전과 성실함을 중시했던 고려아연 故최창걸 명예회장은 자원 빈국이었던 대한민국에 비철금속 제련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고려아연을 세계적인 종합비철금속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 자원 빈국에서 세계적인 제련기업으로

고려아연의 출발은 1973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계획에서 시작됐다. 당시 최창걸 명예회장은 정부와 금융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고, 1974년 8월 1일 고려아연이 설립됐다.

최 명예회장은 자금 확보 과정에서 국내 금융기관과 국제금융공사(IFC)를 직접 설득하며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특히 사업비를 5,000만달러로 낮출 수 있다고 설득한 뒤 직접 구매와 건설 방식을 추진해 공사를 4,500만달러에 완성했다. 온산제련소 건설에서도 최신 기술과 향후 사업 확장 가능성을 중시하며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온산제련소

1978년 공장 설립 이후에는 경영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제련소의 조기 정상화를 추진했다.

최 명예회장은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사장과 부회장을 맡아 기술연구소 설립과 생산시설 확장을 추진했다. 아연·연·동 제련 통합공정과 DRS공법 연제련공장을 도입하고 아연괴의 LME 등록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였다. 1990년에는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며 영풍정밀·서린상사·코리아니켈 등을 설립해 사업 기반도 확대했다.

1992년 3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자’는 경영 원칙을 바탕으로 아연·연 제련공장을 증설하고 호주 SMC를 설립하는 등 해외사업 기반을 넓혔다.

환경 분야에서도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의 재활용에 주목했다. 아연 잔재를 청정슬래그로 만들어 시멘트 원료로 판매하는 등 재처리 기술을 상용화했고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의 활용도를 높였다.

2002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이후에도 환경친화기술과 신기술 개발, 해외 자원개발, 희소금속, 도시광산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보탰다. 자원 리사이클링 전담 부서를 통해 산업용·자동차용 폐배터리와 폐PCB, 아연재 등을 원료로 활용하고 금·은·인듐·안티모니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 “고려아연은 모두가 함께 만드는 회사”

최 명예회장이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은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이었다. 그는 최신 기술과 설비만큼이나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장학사업과 임직원 해외연수 등을 꾸준히 실시했다. 업무 과정에서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을 이어갔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최 명예회장을 회고하며 그가 고려아연을 특정 가문이나 특정인의 회사가 아닌 임직원 모두의 회사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을 동료를 넘어 가족처럼 여기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먼저 살피며 다른 회사의 좋은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영철학은 고려아연의 노사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성원 모두가 성장을 함께 만들고 성과를 나누는 상생의 노사관계가 자리잡았으며 이는 38년 무분규와 106분기 연속 흑자라는 기록의 원동력으로 제시되고 있다. IMF와 금융위기 등 위기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을 실시하지 않는 배경이 됐다.

 

고려아연

최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은 회사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부친 최기호 초대회장이 강조했던 ‘배움’의 가치를 이어받아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쏟았다.

1981년 명진보육원 후원을 시작으로 아동복지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고 여러 학교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기업의 이익 가운데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대한적십자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사회복지단체와의 협력도 확대했다.

임직원들의 사회공헌 참여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고려아연 전 임직원 기본급 1% 기부하기 운동’과 매칭그랜트 등을 통해 기부문화를 확산했고 임직원 자원봉사회 활동에도 솔선수범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상을 수상했다.

  • 최윤범 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철학

최창걸 명예회장이 남긴 경영철학은 현재 고려아연의 경영에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최윤범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고려아연은 기존 비철금속 사업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친환경 소재기업이자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최윤범

최윤범 회장은 온산제련소를 비롯해 페루 광산과 호주 SMC 제련소 등에서 약 10년간 현장 경험을 쌓은 뒤 2019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최창걸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가며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전략을 구체화했다.

최윤범 회장의 성장전략은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으로 구체화됐다. 2023년 고려아연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IR행사 ‘2023 Investor day’를 통해 2033년 매출 25조3,000억원, 연평균 10% 성장률을 목표로 하는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호주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와 SunHQ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하이니켈 전구체와 동박 양산, 올인원 니켈제련소 건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자원순환 분야에서도 미국 전자폐기물 및 스크랩 관련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최창걸 명예회장이 강조했던 현장 중심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최 명예회장이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을 통해 고려아연의 성장을 이끌었으며 최윤범 회장은 이를 친환경 소재와 전략광물, 자원순환 등 미래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창립 51주년 기념사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고 멈추지 않았다”며 목표를 잊지 않고 서로를 나침반 삼아 단결한다면 고려아연이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창걸

‘매일매일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을 강조했던 최창걸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은 최윤범 회장 체제에서도 새로운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개발과 장기적인 투자,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고려아연의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창걸 명예회장이 남긴 경영철학은 한 세대의 경영을 넘어 현재 고려아연의 성장전략에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비철금속 기업을 일군 그의 도전과 뚝심은 친환경 소재와 전략광물, 자원순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고려아연의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