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불확실성의 시대, 대응력 설계가 중요하다

2026-10-07     에스앤엠미디어

2027년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철강·비철금속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주요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도 여전히 높다. 국내 경제의 성장 전망은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를 반영해 개선되고 있지만, 금속 수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경기는 여전히 뚜렷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9월 초에 KDI는 2027년 한국 경제가 2.2% 성장하고 건설투자는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의 중심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투자에 있다. 이에 반해 지방 부동산 침체와 높은 공사비가 지속되는 만큼 경제성장률 상승이 철근·형강 등 전통적인 건설용 금속 수요의 회복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건설수주와 건축허가 등 선행지표는 일부 개선되었지만,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여전히 부진하다. 수주금액 증가에도 공사비 상승 효과가 포함돼 있어 실질 물량의 회복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렇듯 불확실성이 높기에 내년 사업계획의 핵심은 하나의 전망치를 맞히는 데 있지 않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수요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더라도 손익과 현금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과 각 제품의 수요 증가율을 구분해야 한다. 건설용 제품의 부진이 이어지는 동안 조선, 전력망, 데이터센터, 반도체 설비, 방산과 에너지 인프라에서는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전형적인 수요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수요처를 개발해야 한다.

환율 역시 수출기업의 호재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원화 약세는 수출매출을 늘리지만 수입원료, 합금철, 에너지, 설비와 외화차입 비용도 높인다. 기준·원화 약세·원화 강세 시나리오를 각각 작성하고, 매출뿐 아니라 원가와 재고, 운전자본, 금융비용 및 현금흐름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원자재에서는 가격의 방향보다 원가 전가의 시차가 중요하다. 원료가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늦게 반영하면 마진이 축소되고, 가격이 급락하면 고가 재고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제품별 가격연동 방식을 다시 정비하고 재고 한도와 구매 승인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한 저가 수주보다 제품별 한계이익, 고객별 실질 마진, 재고회전일수와 영업현금흐름을 우선 관리해야 한다.

노사관계와 인력운영도 핵심 변수다. 감산과 설비합리화, 자동화 및 인력 재배치는 노조와 근로자의 고용 안정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경영환경과 투자 필요성, 생산조정 기준을 사전에 투명하게 공유하고 노사 협의를 통해 실행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숙련인력의 이탈을 방지하면서 자동화·저탄소 공정에 필요한 재교육을 확대하고, 비용 절감이 안전 인력이나 예방정비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설비투자는 안전·환경과 설비 유지에 필요한 필수투자, 에너지 절감과 생산 유연성을 높이는 경쟁력 투자, 수요 증가를 전제로 한 증설투자로 구분해야 한다. 증설은 장기계약이나 확정 수주가 확보될 때 단계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2027년 사업계획은 단일 목표가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불확실한 시대의 경쟁력은 전망의 정확도가 아니라 얼마나 신속히 대응하느냐에 있다. 성장을 전제로 한 계획보다 변동성을 견디는 체계를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 선택적인 성장 기회를 더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지의 기능과 역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