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정책, ‘국민의 뜻’ 수렴한 ‘중장기 정책’ 수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탈원전정책, ‘국민의 뜻’ 수렴한 ‘중장기 정책’ 수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뿌리산업
  • 승인 2017.08.2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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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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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 보수언론 및 재계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라도 탈원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과 재계, 보수언론에서는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공급 안정성, 에너지안보를 이유로 원전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 또한 탈원전을 둘러싸고 양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이다.

원전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원전만큼 값싸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며, 석탄발전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내에서는 진도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체르노빌 사태나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대형 원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제로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원유가 나지 않는 한국에서는 에너지안보 차원에서라도 원전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탈원전을 주장하는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한국이 지진안전지대라는 원전 옹호론자들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견해가 많다. 지진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로 하여 이들은 한국에서도 국내 원전이 견딜 수 있는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한수원이 제시하는 발전단가에 영구처분, 폐로, 사고처리 예비비 등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고 보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중앙일간지 기고를 통해 2㎞짜리 단층 없는 균일한 암반도 없는 상황에서 고준위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들은 체르노빌사태나 후쿠시마사태와 같은 대형사고보다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문제로 탈원전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석탄발전의 경우 각종 특혜성 세제 지원으로 인해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지속하자는 주장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탈원전정책에도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우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국내 여건을 제대로 고려한 것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중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한 수력과 지열의 경우 국내에는 설치할 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이 ‘그리드패리티(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화석에너지 발전단가와 동일해지는 상황)’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게다가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전력 생산량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발전소 건설 시 반드시 가격이 비싼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원전에 비해 전기요금이 비쌀 수 밖에 없다.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한국은 발전용 유연탄과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저유가가 지속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고유가시대가 다시 올 경우 LNG발전단가는 대폭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한 LNG수입이 늘 경우에는 그만큼 에너지 무역적자폭이 확대되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사실 지금의 논란은 한수원과 재계, 보수야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우선 한수원은 30년 가까이 고리 4호기와 한빛 2호기의 원자로용기 용접부 검사를 잘못해 오다가 적발되기도 했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리원전의 정전문제를 은폐하기도 했으며, ‘원전마피아’들로 인한 부패와 불량부품 납품 및 비리문제로 최근 수년간 조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계 또한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국민들은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으로 여름에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사실상 ‘상시 급전’ 상태에서 지내야만 했다.

반면 일부 할증제 등의 문제가 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분명 중국보다도 저렴한 가격이었으며,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전력 절감 시 지원금 혜택을 받기도 했다. 발전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들에서는 자신들이 쓰는 전력은 한전에서 공급하는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 혜택을 보면서 발전자회사가 생산하는 전기는 한전에 비싸게 파는 ‘이중적 이득’을 누리기도 했다.

이를 국민들이 모를 것 같은가? 이미 인터넷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모든 자료가 나돌았으며,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경련 등에서 ‘기업 부담’을 앞세우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주장하면 국민들의 냉소를 사는 상황이 됐다.

마지막으로 야당, 이들은 자시들이 여당일 때 했던 말을 국민들이 잊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이유로 “국민들이 전기를 낭비하기 때문”(우리 국민의 전기 사용량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반면, 기업의 전기 사용량은 거의 2배에 달한다.)이라는 터무니 없는 말을 하여 국민들을 격분케 한 바 있다. 야당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를 잊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기자가 앞서 거론한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지금 와서 말 바꾸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들은 분명 대선토론에서 신고리 5,6호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이 ‘탈원전’을 거론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개인적으로는 ‘탈원전정책에 찬성하지만 그 속도는 절대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탈원전논란을 보며 아쉬운 것은 논의 자체가 ‘원전이냐 태양광이냐, 석탄이냐 LNG냐’라는 식의 이분법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은 현재 거론되는 원전, 석탄발전, LNG, 태양광, 풍력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국내 중소기업(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원 출신)이 독자 개발한 고주파방식 플라즈마발전, 열병합발전, 연료전지(수소, LPG, 메탄올, LNG), 소각장발전, 바이오매스발전, 소수력 등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은 많다는 점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줄이면서 환경과 에너지안보도 지킬 수 있는 장기적 에너지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여당 또한 탈원전과 탈석탄발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발전을 확대하면서도, 탈원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육성하는 것(사실 이는 기자 개인의견에 가깝다. 기자 본인은 장기적으로는 탈원전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전제로 원전 유지에는 찬성하는 편이다. 물론 핵융합발전이 조기 상용화된다면 최상일 것이다.)도 검토해야 한다. 원전 찬성론자들의 전력공급 안정성과 에너지안보 우려는 분명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성인이 된 이후 처음 실시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그리고 그 선택에 조금의 후회도 없다.

하지만 작금의 논란을 보면서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와 같은 방식보다 훨씬 건설적인 정책 수립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상호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여당이 먼저 나서서 탈원전을 둘러싼 쟁점과 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실하게 알리고, 의견을 묻기 바란다.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정책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자가 투표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최선의 길일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국민의 뜻’을 다시 한 번 정확하게 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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