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고철(古鐵)&철스크랩 이야기

황병성 칼럼 - 고철(古鐵)&철스크랩 이야기

  • 철강
  • 승인 2021.05.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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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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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손수레에 가득 고철(古鐵)을 싣고 간다. 노구(老軀)를 이끌고 고단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우리 주위에는 사회보장 혜택에서 비켜선 사람들이 아직 너무 많다. 그들에게 재활용 수집은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자들이 주축이 된 넝마주이가 재활용 사업 시발점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전국에는 아직 많은 수집상이 있다. 대부분 가난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고철을 수집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생존을 위한 일상의 노동이다. 그들은 고철이 수집되어 어떻게 활용되는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오늘도 손수레를 끌고 이곳저곳을 누빈다. 사실 그들도 모르는 사이 그들은 우리 철강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 아울러 빌딩과 아파트 건설 등에 뼈대가 되는 철강 제품 생산에도 이바지했다. 버려진 것에서 가치를 창출한 공헌이 있기에 당연히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버려진다는 것은 슬프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다 버림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철은 그렇지 않다. 불교에는 윤회사상(輪廻思想)이 있다. 중생은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는 이론이다. 고철도 이러한 윤회 과정을 거친다. 버려졌던 고철은 수집돼 철근과 철판을 만드는 주원료로 다시 쓰인다. 비록 도시 빈민들이 생계 수단으로써 고철을 수집하지만 하찮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그들이 생명의 불씨를 살려 다시  환생으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과거 고철을 취급하는 고물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 지금도 그 인식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그들이 인정받지 못한 것은 나쁜 환경조성 주범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지금은 사업장이 외곽지역에 있지만, 옛날에는 생활 깊숙이 자리했다. 쾌적한 생활환경을 해치고 집값을 떨어트리는 원인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문제였다. 하지만 종사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고철’이라는 헌옷을 벗고 ‘철 스크랩’이라는 고상한 새 옷까지 갈아입었다. 

요즘 글로벌 최대 화두(話頭) 중 하나가 ‘탄소중립’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해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것이다. 철광석을 녹여 철을 생산할 때는 철에 달라붙은 산소를 떼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많이 쓰인다. 이것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원인이다. 하지만 철 스크랩을 사용하면 이 과정이 필요 없다. 이러한 이유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귀한 몸이 되어 친환경 원료의 대표 주자가 됐다. 

국내 철 스크랩 자급률은 2021년 현재 85.1%이다. 부족한 물량은 일본, 러시아 등에서 수입한다. 1분기에만 31만7,604톤이 수입됐다. 반면 수출은 3만5,484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2% 급증했다. 중국으로는 250.6%나 폭증했다. 경제 논리상 수익이 났다면 수출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다. 하지만 소중한 자원을 유출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국내사용도 부족한 데 굳이 수출까지 하는 것은 필요 자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강사와 철 스크랩업계 간 잘못된 관계가 원인이다. 국내에서 철 스크랩 구매가격은 판매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가 결정한다. 이 시스템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모르지만 정상적이지 않다. 시장도 판매자가 구매자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다. 구매가격을 높이려고 물량을 잠그면 구매자는 수입으로 대체한다. 두 업계가 머리를 맞댄 상생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탄소중립 실현이 급박한 지금 해외로 유출하지 않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어느 골목에서 철 스크랩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사회적 냉대로 섭섭했을지 모르지만, 당당히 어깨를 펴기 바란다. 거리에 버려진 것에 가치를 불어넣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헌이 크다. 그동안 자원화에 앞장선 것을 인정해 국가적 지원책도 뒤따라야 한다. 철 스크랩은 쓸모없는 고물이 아닌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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