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붕어빵과 철강 가격

황병성 칼럼 - 붕어빵과 철강 가격

  • 철강
  • 승인 2022.11.21 06:05
  • 댓글 1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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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음식이 있었다. 돼지저금통을 뜯어 달랑 동전 하나로 사 먹던 길거리 음식 맛은 잊을 수 없다. 특히 겨울이 되면 어김 없이 등장해 호호 손을 불며 먹었던 음식이다. 군고구마와 붕어빵, 호떡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음식이 서민과 가까워진 것은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질곡의 세월을 넘어왔기에 관련 사연도 많다. 귀 기울여 들으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훈훈한 이야기이고, 소박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다.

추운 겨울이 되면 퇴근길 아버지들 손에는 으레 껏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가난한 주머니를 톡톡 틀어 산 것은 자식들의 간식거리였다. 천 원짜리 하나로 붕어빵을 무려 10개나 샀다. 군고구마도 여러 개 샀다. 호떡도 다섯 개 정도로 기억한다. 자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퇴근길 발걸음이 결코 무겁지 않았다. 이처럼 이 간식은 자식들이 아버지를 기다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길거리에는 겨울이면 붕어빵 장사와 군고구마 장사꾼이 넘쳐났다.    

겨울 낭만을 연출하던 이 모습은 요즘은 잘 찾아볼 수 없다. 그 많았던 붕어빵과 군고구마 장사꾼은 어디로 간 것일까? 호떡과 군밤 장사꾼들도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이 자취를 감춘 이유가 있었다. 물가 상승으로 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이윤이 남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올해 들어 시중에 거래되는 붕어빵 하나가 천 원이라고 한다. 하나 팔아서 남는 것도 없지만 비싸서 잘 팔리지도 않으니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물가가 많은 사람을 잡고 있다. 

붕어빵은 서민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이제 서민 아빠는 무엇을 사서 자식들을 사랑해야 하나. 붕어빵 하나가 천 원이면 서민들은 더욱 살기가 어렵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밀가루 가격이 전년 대비 42.7%나 상승했다고 한다. 붕어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밀가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 불안이 지속되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비단 밀가루 문제만이 아니다. 월급만 빼고 안 오른 것이 없을 정도로 물가 상승이 무섭다. 

하지만 우리 업계의 사정은 이와 정반대다. 가격을 올릴 때는 제때 올려야 경영실적도 나아진다. 그러나 수요 업계는 가격을 올려주기는커녕 깎고자 안달이다. 하반기 조선업계와 후판업계의 팽팽한 가격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조선업계는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내렸으니까 당연히 많이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판업계는 가격 조정에는 공감하지만 터무니없는 인하 요구에 배신감을 느낀다. 모두 다 어려운데 혼자만 잘 살겠다는 조선업계의 놀부 심보가 못마땅한 것이다.    

철강업계는 중국의 경기침체와 킹 달러 영향,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 등으로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실제로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저조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 원이 채 되지 않았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업계 요구대로 톤당 20만 원을 올려주면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그럼에도 딱한 사정을 봐 주기는커녕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입을 늘리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철강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협상력을 높여 제값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생겼다. 왜 우리 업계만 이러한 상황을 맞아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을 추스를 수 없다. 천 원짜리 한 장으로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던 붕어빵은 이제 옛말이 됐다. 열 마리에서 한 마리로 줄기까지 가격은 상승을 거듭했다. 이 붕어빵에 비교하면 철강 가격은 ‘새발의 피’다. 그런데도 가격을 조금 올리려고 하면 수요업계는 유난히 호들갑을 떤다.

혼자 잘 살기보다 같이 잘 살아야 좋은 관계가 오래 유지된다. 하지만 수요업계는 혼자 잘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과욕은 상생(相生)의 가치를 허무는 최고 악인데도 고집을 꺾지 않으니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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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2022-11-24 00:19:18
조선소는 수년간 적자입니다. 포스코 흑자 좀 줄었다고..ㅎㅎ
같이 잘살자고 하면서 조선소는 입다물고 있어라..ㅎㅎ
조선소야.. 외산 물량 좀 팍팍 더 늘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