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금속 재활용, 폐기물 이름표부터 떼어야

[대장간] 금속 재활용, 폐기물 이름표부터 떼어야

  • 철강
  • 승인 2026.06.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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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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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공급망 불안이 겹친 시대에 금속 재활용은 더 이상 보조 산업이 아니다.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세계 재활용 금속 시장은 2025년 1,367억7천만 달러에서 2034년 2,208억3천만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건설·자동차·전자·포장 산업에서 재생 원료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재활용 금속이 단지 환경 보호 수단이 아니라 원자재 확보와 비용 안정,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국내 현실은 거꾸로다. 국내 제도가 여전히 산업의 현실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가 여전하다. 고철, 폐금속캔, 알루미늄, 구리처럼 경제성이 높고 유상 거래가 이뤄지는 자원조차 현장에서는 아직도 ‘폐기물’ 프레임에 갇혀 있다. 

정부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 따라 고철·폐금속캔·알루미늄·구리·전기차 폐배터리 등을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폐기물 규제를 면제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집·운반·보관 과정에서 행정 해석의 차이와 절차 부담이 커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처럼 핵심광물 공급망과 직결된 분야에서는 이런 제도 지체가 더 치명적이다. 국회가 지난 4월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고, 이 법은 2027년 5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이는 사용후 배터리를 더 이상 단순 폐기물이 아니라 산업 자원으로 관리하겠다는 정책 전환의 신호로 읽힌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놓은 제도 개선 방향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2027년 5월부터 배터리 재생원료 인증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재생원료 생산 인증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재생원료 사용 인증은 산업통상부가 맡도록 설계했다.  또한 인증 대상을 폐배터리뿐 아니라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불량품까지 확대하고,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통해 인증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2026년 6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연말까지 운영 지침을 확정해 제도의 조기 안착을 추진할 계획도 제시했다.

이차전지 재활용 원료인 블랙매스 기준 개선 역시 산업 현장에 중요한 변화다. 정부는 기존의 니켈 중심 기준을 니켈·코발트 합산 방식으로 바꾸고, 불소 항목을 신설하며, 소성·건조 등 필수 가공공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기준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소형가전용 폐배터리 증가와 다양한 원료 확보 필요성을 반영한 조치다. 이는 재활용 기업의 공정 유연성과 원료 수급 안정성을 높이는 현실적 해법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우선 순환자원 지정 범위를 더 넓히고 지자체마다 다른 해석을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재생 금속 사용 기업에 세제 혜택과 조달 인센티브를 붙여 초기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품질 인증과 이력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만들어 “재활용은 저품질”이라는 낡은 편견을 깨야 한다. 이는 유럽연합이 철강·금속 행동계획에서 재활용 목표와 순환성 강화를 추진하고, 우리 정부가 2026년 CBAM 확정기간 대응 가이드를 내놓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금속 재활용 산업을 키우려면 가치 있는 자원에 붙은 ‘폐기물’의 이름표부터 떼어내야 한다. 규제 혁신과 시장 인센티브를 함께 가동하는 투트랙 전략 없이는 탄소중립도, 공급망 안정도, 산업 경쟁력도 모두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통제가 아니라, 자원을 자원답게 대하는 제도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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