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에 그쳐서는 안 된다

동상이몽(同床異夢)에 그쳐서는 안 된다

  • 철강
  • 승인 2011.09.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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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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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5일 열렸던 ‘제35회 철강산업발전포럼’이 우리에게 시사해준 것들은 많다. 특히 해외 초청인사는 물론 주제 발표 및 토론 내용 중에서도 되새겨 볼 것들이 많았다.

  한·중·일 3국을 대표한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토론에서는 대체로 한·중·일 철강산업이 세계 철강의 중심지로, 역동적 시장임을 강조하고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존과 발전을 추구해 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일부 토론자들은 ‘동아시아 철강협의체’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본격적인 협력을 논의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일견 이런 주장의 바탕에는 세계 철강업계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한·중·일이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3국이 협력해야 진정한 상호 공존과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협의체 구성까지 강조되는 그 바탕에는, 또 포럼의 저변을 흐르는 분위기는 바로 각국의 수출 때문에 자국 철강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이 부문에서 중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더욱 그렇다.

  실제로 모 토론자는 중국의 철강 과잉 문제가 발생하면서 한·중·일 간에 또다시 통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한·중·일 3국은 상대방 내수시장을 상호 존중해야 협력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이 과거 수입국에서 자체 증설 때문에 수급구조가 크게 변화됐다는 것을 일본과 중국이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측 발표자는 직답을 회피했고 중국 측 발표자는 중국이 한국산 제품도 많이 수입한다며 중국의 철강생산이 한국과 일본 등 이웃을 고려하면 과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역시 일본은 일본인다운 대처였고 중국은 중국인다운 대응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들은 한·중·일이 공동시장으로서 시장원리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판단된다. 다시 말해 범용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중국 제품이 사용되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주장이었다고 추정해본다. 중국의 철강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임해 제철소 건설을 통해 향후 수급상황에 따라 고급재를 포함해 연간 1억톤 정도까지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임을 고려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자기주장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결국, 한중일 3국 철강산업의 협력은 외형적으로 어떤 형태를 띠든지 간에 경쟁력과 수요 확보 문제라고 봐야 한다.

  혹자는 한국 철강을 기술과 물량에서 달아나고, 쫓아오는 일본과 중국에 끼인 샌드위치를 주장한다. 하지만, 중간자의 역할과 모멘트는 충분히 존재한다고 역사는 입증하고 있다. 바로 역 샌드위치론이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같은 목소리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일 뿐이다. 그것보다는 중간자의 입장을 어떻게 잘 활용해 실리를 취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인지를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정부와 업계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요, 우리 대한민국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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