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쥐, 고양이 물다

궁지에 몰린 쥐, 고양이 물다

  • 철강
  • 승인 2015.06.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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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광영 ky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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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영 기자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것처럼 사람도 궁지에 몰리면 잠재력이 발휘된다. 이번 중국 H형강 반덤핑 제소가 그랬다. 궁지에 몰린 우리 철강업계가 사실상 처음으로 중국을 제대로 물었다.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중국산 철강재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철강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모범적 선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중국산 H형강에 대해 향후 5년간 28.23~32.72%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을 내렸다.

  또한 지난달 15일에는 중국 주요 7개사의 H형강 ‘수출가격인상약속’ 제의가 받아들여졌다.

업계에서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산 H형강의 국내 수출물량 중 85%를 수출한 중국 7개사 최저수출가격은 지난해 4분기 평균수출가격 대비 24% 높은 톤당 391달러(CFR 기준)로 끌어 올려졌다. 연간 수출량도 58만톤 이하로 제한됐다. 그동안 내수시장을 잠식으로 시름이 깊었던 국내 H형강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1년 전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반덤핑 제소를 검토했던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과연 중국을 상대로 실현가능한 일인지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았다. 최근 체결된 한·중 FTA를 앞둔 정부가 굳이(?) 무역 분쟁을 일으키려는 철강업계를 곱게 바라볼 리 없다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는 뚝심을 발휘했다. 기대 이상의 덤핑관세율이 발표된 예비판정과 공청회를 비롯, 순차적으로 절차를 밟아나갔다. 결국 먼저 꼬리를 내린 것은 중국이었다.

  이번 사례를 토대로 우리 철강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명확해졌다. H형강 외에도 저가 수입산에 잠식당하고 있는 타 품목도 산업피해 여부가 입증 가능하다면 정부에 적극적인 무역규제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철강업계가 보여준 뚝심에 국내 산업보호에 소극적이었던 정부, 지키지 않는 약속만 반복했던 중국 측의 입장도 바뀌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중 FTA 체결을 의식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지속적으로 국내 철강산업을 지키고 얻을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 번 물려본 고양이는 조금씩 쥐를 무서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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