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산업계 얘기도 좀 들어야”
온실가스 감축 “산업계 얘기도 좀 들어야”
  • 박진철
  • 승인 2015.07.0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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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철 기자

  아무리 얘기해도 말을 듣지 않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났을 때 “벽(창호)에 대고 말하는 게 낫다”는 말을 쓴다. 이 ‘벽창호(壁窓戶)’란 벽에 창문 모양을 내고 벽을 친 것을 뜻하는데, 창문을 만들고도 벽으로 막아버렸다는 의미에서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거나 미련하고 고집이 센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실 벽창호는 ‘벽창우(碧昌牛)’가 변한 말로, 본래 벽창우는 평안북도의 ‘벽동(碧潼)’과 ‘창성(昌城)’에서 나는 ‘소’를 뜻하는 말이다. 이 두 지역에서 나는 소가 대단히 크고 억세서 미련하고 고집이 센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고, 고집 센 소와 창문을 막아버린 벽이라는 의미가 비슷한 발음에 혼동을 일으키면서 오늘날에는 벽창우와 벽창호 모두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고집이 센 사람을 비유하는 단어로 쓰인다.

   그런데 요즘 정부를 보면 이 벽창호나 벽창우란 말이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철강금속업계를 비롯한 산업계와 경제계는 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싸고 배출 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를 비롯한 여러 통계 오류와 신증설분의 배출권 전망치 미반영, 선진국과 국내 산업계의 발전 속도 및 부가가치 차이 등을 지적하고, 정부에 배출권 거래제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한편 이의신청과 행정소송까지 불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6월 30일 203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 전망치 대비 37% 줄이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애초 정부는 2030년 BAU 대비 14.7~31.3%를 줄이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4가지 감축안 모두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국제 사회에 약속했던 2020년 배출량보다 더 많다는 우려가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 환경단체 등에서 터져 나오자 경제계와 산업계의 우려를 무시한 채 더욱 강화된 목표를 들고 나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산업계와의 교감 없이 진행됐던 호언장담이 정부 발목을 잡은 채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결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발표일이었던 6월 30일 철강협회와 비철협회, 전경련 등 경제계와 산업계가 발표문을 통해 지적한 대로 “국민 부담이나 산업 현장의 현실보다 국제 여론만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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