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들이 사라지면 먹이 사슬도 붕괴된다

‘을’들이 사라지면 먹이 사슬도 붕괴된다

  • 비철금속
  • 승인 2016.09.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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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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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그동안 한 대기업으로부터 자사가 입찰하는 비철금속 소재의 낙찰 가격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에 걸쳐 받은 바 있다.

  해당 대기업은 가격 정보 공개가 자사 경쟁력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당 기사를 게재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기사 소스를 알려 달라는 대기업 요구를 취재원 보호 의무라는 당연한 명분을 들어 거부했다. 급기야 이 대기업은 불특정 다수의 업체 관계자를 단속하고 경고하는 방법으로 해당 낙찰 정보 공개를 막으려 했다. 산업계 취재를 하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칠 때마다 잊을 만하면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갑을 논쟁’을 떠올리게 된다.

  대기업의 납품 입찰 가격은 보통 업계 거래 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정한 거래와 경쟁을 위해 공개가 돼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납품 입찰이 투명하게 이뤄졌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정해졌다면 입찰 가격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반대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격 공개가 합리적인 납품 가격 산정이나 절차를 확인하고, 제살 깎기식의 과당경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실 이러한 문제는 폐쇄적이라 일컬어지는 비철금속 업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산업계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가격을 비롯한 이러한 정보의 공개가 위의 대기업 입찰 가격 공개처럼 대부분 ‘을’로 불리는 약자에게 불리한 구조를 만든다는 점도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산업계에서의 ‘을’들의 붕괴가 계속 되면, 곧 건전한 먹이 사슬이 훼손된 생태계와 같은 참사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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