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中과 경기, 시작도 안했다" 연세대 민동준 교수
철강, "中과 경기, 시작도 안했다" 연세대 민동준 교수
  • 곽정원
  • 승인 2017.05.2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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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대로 '차별화'전략 가장 중요
탄탄한 내수시장 구축 노력 기울여야
국가 인프라, 산업 발전 방향 제시하는 철강업계의 '선제적 역할' 필요

 
"코드가 바뀌고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힘껏 부딪혀 오는 중국 철강산업에 맞서 한국 철강산업이 가장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차별화"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전세계 조강생산량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은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인식돼왔다. 이에 중국은 13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의 조강생산량이 꾸준히 늘면서 중국 철강 구조조정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민 교수는 우리가 상대해야하는 중국 철강재 강종은 한정돼 있다며 관전포인트가 양에서 질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취급하는 강종 중 우리가 취급하는 품목이 아닌 것들은 제외하고 경쟁할 만한 제품군에서 중첩된 품목 중심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다.

아직 경기 시작 전, 구조조정 이후 중국과 경쟁 더 힘들어져

민 교수는 현재 중국과 상대하는 우리 철강산업의 현재 상태를 '본격적인 스파링 전'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중국의 구조조정은 구설비를 제거하고 신설비로 채우는 '체질 개선'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 교수는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중국의 설비수준이 높아지게 될 것이고 우리는 2억톤 가량의 중국 신설비와 상대해야 할 것이라 우려했다.

  현재 있는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지게 되고, 중국의 조선이나 자동차 등 수요산업이 뒷받침하게 되면 중국과의 경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성숙되고 현재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를 보면 중국 자동차 산업이 내수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은 분명한데, 중국 철강사들은 이들에게 철강재를 공급하며 더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이와 연관해 민 교수는 '시장과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국 철강업의 발전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한국 철강업계는 현재 더 강하고 좋은 철강재를 만드는데 몰두해 있는데, 철강재를 사용하는 수요산업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청사진을 제시해 내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은 '내수', 시장 설득할 수 있는 마케팅적 관점 필요해

  민 교수는 철강사들의 전략이 계속해서 강도 중심으로 하는 제품 일변도로 가다보면 결국 유리천장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자동차 강판의 예를 들어보면, 현재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3%,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10% 가량 생산성이 높은 상황이다. 15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생산성이 16%가량 차이났다. 현재 중국이 우리에게 뒤져있는 10% 가량을 중국은 훨씬 빠르게 따라잡을 것이다.

  따라서 '내수 시장을 갖고 있느냐' '차별화된 제품군을 갖고 있느냐'에 우리 철강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일본이 글로벌 철강시장 경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본은 내수가 탄탄하고 중국 제품이 틈타지 못할 정도로 고품질 제품 사용이 일반화 돼있다.

  우리나라의 딜레마는 철강재는 고품질, 고강도를 향해 가고 있는데 정작 이 철강재를 사용해야하는 내수시장의 기반 없이 수출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시장을 설득하는 것이라 민 교수는 대답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고강도 철강재를 개발하는 개발자의 안목이 아닌, 마케팅적인 안목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민 교수는 설명했다.

4차산업혁명, 인프라 구축 등 철강이 선도해야

  마케팅적인 안목의 정의는 먼저 멀리 내다보는 것이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인프라스트럭처 유지비용은 앞으로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지진과 해일을 견딜 수 있는 인프라를 미리 구축해 놨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단계라 볼 수 있다. 이 때 철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먼저 생각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이 시장과 국가를 설득하고 지속적인 내수시장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4차산업혁명과 철강은 어떻게 연관돼 있을까? 민 교수는 철강업계는 4차산업혁명 그 자체를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구축하는 그 첫 걸음을 철강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할 때 쓰이는 강종을 개발하고 적절한 공급방식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해당하는 강종을 개발해 수요가들에게 순차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 그것이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가장 적절한 철강산업의 자세라 민 교수는 말했다.

  일반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꾀해야 한다. 철강산업에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유는 철강은 변화가 없는 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라 민 교수는 설명했다. 반도체의 경우, 1세대, 2세대 등 발전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철강은 변화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민 교수는 "시장이 동조하지 않는 제품은 죽은 것"이라며 "한국 철강업계는 심플하고 명료한 컨셉으로 시장과 정부 나아가 국민들까지 설득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소비자의 요구에 따르는 패턴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선제적 역할로 역할 설정을 다시 해야 할 때다.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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