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없으면 모두 ‘허사’

구심점 없으면 모두 ‘허사’

  • 뿌리산업
  • 승인 2016.08.3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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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수남 기자 sn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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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손목시계 롤렉스, 독일 헹켈의 쌍둥이 칼, 이탈리아 콜나고 자전거, 영국 만년필 파커의 공통점은?

모두 명품이다. 이중 롤렉스 손목시계의 가격은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이들 제품이 명품으로 자리하기까지 그 밑바탕에는 주조, 소성가공, 금형,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등 6대 뿌리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6대 뿌리기술 없이는 이들 브랜드가 명품 반열에 오르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이로 인해 외국에서는 이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장인으로 우대하고 있는 게 사회적 분위기다. 마찬가지로 관련 산업 종사자들도 자긍심이 대단하다.

반면, 우리의 경우 6대 뿌리산업이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업으로 분류되면서 기피대상이다. 그마나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이들 뿌리산업 활성화를 국책 사업으로 내세우면서 현 정부까지 육성책이 이어지고 있는 게 위안이다.

뿌리산업은 제조업 대부분에 적용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우리 주력 산업인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반도체와 정보기술(IT) 등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첨단화와 융복합화를 실현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분야에서만 서너개 정부 부처가 관계하고 있어 IT처럼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점은 아쉽다.

민간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6대 산업을 각각 대표하는 조합이 있어 업계를 대변하고 있지지만, 역시 이와는 다른 별개 단체도 많다. 모두 지방에 본거지를 두고있다.

이는 6개 조합이 모두 서울과 경기에 자리하고 있어 전체 기업체 가운데 지방에 자리하고 있는 절반 이상의 목소리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서일 게다.

아쉬운 점은 과연 이들 단체가 제대로 업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여부다. 최근 2개월 동안 지방 단체와 유선으로 접촉할 일이 많았지만, 통화는 좀체 어려웠다.

수도권에 위치한 6개 조합의 경우 이사장이 현업에 종사하는 점을 감안, 조합 사무실에는 상근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부서별로도 직원이 상주하는 것과는 상이하다. 일부 단체는 사이트에 표기된 대표 전화와 이메일 주소가 존재하지 않는 곳도 있고, 사이트에 회원사 목록도 제대로 갖춘 곳도 드물다.

이러고도 이들 단체가 현지 업계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해는 간다.

뿌리기업 절반이 수도권에 있어, 6개 조합 역시 같은 곳에 자리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지방에 자리한 기업들은 조합이 개최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하루를 꼬박 허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조합에 소홀하게 되고, 조합 역시 지방 회원사 말보다는 가까이 있는 수도권 회원들의 말에 더 귀기울인다.

자연스레 지방에 있는 기업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마련한 자구책이 별도 단체일 것이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6대 뿌리 기술은 제조업에 꼭 필요한 산업이면서도 지금까지 주변에서 맴돌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뿌리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민간에서도 한곳을 통해 더 큰 목소리를 내야한다.

요즘에는 고속철도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다. 게다가 IT 강국답게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90%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보급률 등 언제 어디서든지 서울과 제주가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세계 경기 침체 장기화로 우리 경제의 주력인 제조업이 하향세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역시 올해도 내리막이다.

6대 뿌리기술은 산업 전반에 걸쳐 연계성이 높고 최종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산업이다. 뿌리기술은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의 핵심원천 기술로 제조업의 핵심 기반역할을 하고 있으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내재기술이면서도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제품 경쟁력의 근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구심점이 없으면 모두 허사다.

이 같은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축구 경기에서 2명이 퇴장당하고도 주장을 중심으로 팀이 조직력 있게 경기를 운용해 승리한 경우가 많다. 7월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과 성남이 KEB하나은행 FA컵 8강에서 격돌했다. 수원은 2명, 성남은 1명이 퇴장 당하는 혈전으로 1대 1로 경기를 마쳤다. 결국 수원은 승부차기에서 4대 3으로 성남을 극복했다.

뿌리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민간 대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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