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에 경제정책이 있나요”
국정마비, 국회의원만이라도…

“현 정부에 경제정책이 있나요”
국정마비, 국회의원만이라도…

  • 뿌리산업
  • 승인 2016.12.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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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수남 기자 sn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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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7일 토요일.
오늘은 반공일(당시 토요일은 오전에만 수업이나 근무를 한 관계로 반공휴일을 줄여 반공일이라 했다). 오전 수업만 있어 발걸음도 가볍게 가을 걷이가 끝난 농로를 따라 동네 형들과 함께 학교에 갔다.
조잘거리면서 앞서 가던 우리들 뒤에서 5학년 형들이 수근거렸다.
내가 형들한테 “뭐인디(무엇인데)?”라고 묻자. 형들은 “어린애들은 몰라도 돼”라고 잘라 말했다.
궁금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멀고도 먼 학교 길을 재촉했다.
궁금증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풀렸다.
친구 누나이면서 담임인 선생님이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젯밤에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서거하셨단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기자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0월 27일을 일기 형태로 재구성한 글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농로가에는 지푸라기 퇴비단들이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고, 형들이 소곤대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1979년 10월 26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인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지면서 1962년 대통령 직무대행까지 포함한 고 박 전 대통령의 18년의 통치가 끝나던 날이다.

37년이 흐른 2016년 12월. 당시 26세던 큰 딸 박근혜 양은 18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1998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18년 간 정계에 몸담고 최고 권력을 누린 점이 아버지와 비슷하다.

정국 혼란으로 내년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IMF)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6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 증인으로 10여명에 가까운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여의도로 불려가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언어적 치도곤을 당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 비위를 맞춰야 하는 이들에게 과연 잘못이 있다고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당시 국내 재계 3위던 대우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부도처리 됐다. 대우그룹의 공식적인 해체 이유다.

다만, 국내에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경제계 인사는 드물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8년 출범한 고 김대중 정권에 밉보이면서 공중분해 됐다는 게 공공연한 진실이다. 김 회장이 고 김 대통령 당선 이후 정권에 쓴소리를 자주 해서다.

한국에서 회사 경영하기가 이처럼 정권에 좌지우지 되는데 누가 VIP(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있단 말인가?

내년 우리나라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우리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라 교역 1위인 중국의 경제 성장 완화, 2위인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3위인 유럽연합(EU)의 더딘 경기 회복세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길건너에 걸린 현수막. 정수남기자

2008년 세계금융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을 보인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신용 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최근 신용등급 Aa2(안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던 무디스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정치적 불안정이 한국 경제정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의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매년 3분기 말이면 익년 경제전망와 함께 사업계획 등을 세우고 있다. 올해는 여태 사업계획은 고사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이 이럴진대 중소, 영세기업인 뿌리업체는 불보 듯 뻔하다.

현재 국정을 감안하면 최소 내년 3분까지는 정부의 경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만이라도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기업들이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로록 배려해야 한다. 죄과는 나중에 물어도 될 것이다.

“현 정부에 경제정책이 있나요?”라는 뿌리 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국회의원이라도 국정에 반영하길 기대하면 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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