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기업, 정유년엔 배짱으로 삽시다

뿌리기업, 정유년엔 배짱으로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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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3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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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수남 기자 sn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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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만여개가 못되는 뿌리기업들이 정유년 새해에는 어깨를 펴고 ‘배짱’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국내 대-중소기업은 갑과 을의 종속관계다. 이로 인해 주로 당하는 쪽은 을인 중소기업이다.

종전 이명박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화두로 양측의 동반성장을 내세웠다. 경제민주화를 조기에 달성해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2010년 말 동반상장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듬해 위원회가 갑인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겠다고 하자, 대기업들은 서둘러 협력사인 중소기업들과 상생선포와 협약을 서둘러 체결하는 등 국내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자리 잡는 듯했다.

당시 대기업의 가장 큰 횡포 중의 하나였던 단가 후려치기가 사라진 건 당연지사고, 중소기업이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온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켰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현 정부에 경제정책이 있느냐?’는 반문이 먼저 나오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 분명히 대기업 중심의 경제 활성화 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납품가 후려치기와 큰 차이가 없는 최저가 낙찰제가 뿌리기업 등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 말 그대로 협력사 가운데 최저가로 납품하는 기업을 대기업이 자사 협력사로 간택하는 제도다.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최저가로 납품단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 공장과 직원들을 놀리는 것보다는 십원 한 장이라도 벌어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정유년에는 달라졌으면 한다. 뿌리기업 등이 하나로 뭉쳐 배짱으로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최저가로 입찰할 경우 응하지 말자. 우수한 기술로 중무장,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는데 정당한 대가를 받자는 말이다.

이 경우 대기업들은 다른 뿌리 기업에 의뢰하겠지만, 뿌리기업들이 하나로 뭉쳐 모두 이를 거부하자.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부품을 공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져보면 그럴 가능성은 적다.

우리처럼 적정한 가격에 우수한 기술을 갖추고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해외 기업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찾았다하더라도 이는 완제품 가격 상승요인이다.

현재 한국산은 저가·저품의 신흥국 제품과 하이엔드(고가·고품질)의 주요국 제품 사이에서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으로 그마나 버티고 있다.

이를 감안할 경우 대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제가격을 주고 국내에서 협력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사의 해외 생산기지에 애써 국내 협력사의 부품을 보내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한다.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은 서울에 소재한 한 4년제 대학교에 재단으로 입성했다. 1970년대 후반 같은 학교 재단에서 손을 뗀 이후 25년만의 재입성이었다.

당시 이 학교 교직원들은 방학 중 단축 근무를 없애고 정상 근무를 실시하려는 삼성에 맞섰다. 대립이 장기화 되자 삼성 측이 ‘해 볼 테면 해 봐라, 교직원을 대신할 인재는 그룹 안에 무궁무진하다’는 말로 엄포를 놓았다.

이는 정상 근무에 반대하는 직원은 구조조정 하겠다는 우회적인 발언.

이후 상황은? 이 학교 교직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학 중에도 열심히 정상 근무를 하는 웃지 못 할 결론을 맞았다.

이처럼 국내 뿌리업계도 내년에는 배짱으로 살았으면 한다. 여기 아니면 저기에도 길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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