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조성, 최고경영자 인식 전환 우선

‘워라밸’ 조성, 최고경영자 인식 전환 우선

  • 컬럼(기고)
  • 승인 2019.11.04 06:00
  • 댓글 0
기자명 황병성 bshwang63@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M미디어 디자인센터장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을 가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단어가 됐다. 모두가 꿈꾸는 직장의 표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한국은 2017년 기준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이 OECD 중 2위였다. 아직 일이 우선인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가 많다는 의미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주 52시간근무제로 숨통이 트였지만, 중소 업체들은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

구직자나 이직 희망자들 사이에서는 높은 급여보다 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을 직장 선택 1순위로 꼽는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직장문화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다. 일찍 출근하고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을 우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노동생산성보다는 평균 노동시간을 더 우선시하는 시대였다. 개인의 삶은 없고 항상 일이 먼저였다. 

하지만 부작용이 많았다.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한 직원들의 이직이 큰 문제였다. 경영자들은 직원을 붙잡아 놓을 묘안을 찾고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봉급도 올려주고, 상여금도 넉넉히 주었지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영자들이 깨달은 것이 직원들에게 ‘일’과 더불어 ‘삶’도 함께 보장해 주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데 정성을 들였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선정한 일 하기 좋은 중소기업 639곳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업체들은 결코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근무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굳이 대기업이 아니라도 이런 업체라면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근무해도 안심할 정도였다. 안정적인 생활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이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았다.

우선 워라밸을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 한 업체는 점심시간을 60분에서 80분으로 늘려 직원들의 여가나 자기계발 시간을 보장했다. 또 월 1회 사용할 수 있는 조기 퇴근제도도 최근 2회로 늘렸다. 또 한 업체는 회사 행사 때 직원 가족을 초청하거나 자녀 출산 직원에게는 베이비 포토 북과 경조금을 지급한다고 했다. 더불어 자녀 졸업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급휴가와 경조금을 지급한다고 했다. 다른 한 업체는 매년 모범사원을 선발해 해외법인 탐방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했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청년들의 구직난과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 선정을 시작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이러한 결과 직원들의 성장과 기업문화에 관심이 높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경영자들이 공들인 ‘꿈의 직장 만들기 프로젝트’ 가 알찬 결실을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쉽게도 우리 철강 금속 업체는 639곳에 포함된 수는 적었다. 가공과 철 스크랩 업체 두 곳에 불과했다. 실망스럽지만 우리 업계의 현실이다. 청년들이 기피하는 업종으로 전락한 업계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없을까? 간절한 마음으로 찾다 보면 반드시 길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아직 옛날 직장문화만 고집한다면 그 업체는 발전할 수 없다. 직원의 삶을 무시하고 회사에 헌신만 강요한다면 애사심을 갖고 충성하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한 설문에 의하면 워라밸 조성 장애 요소로 ‘최고경영자나 임원의 관심과 의지 부족’을 최고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워라밸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 만들기는 요원하다. 우리 업계 경영자들이 깊이 명심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