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소니와 KG동부제철의 환골탈태(換骨奪胎)

황병성 칼럼 - 소니와 KG동부제철의 환골탈태(換骨奪胎)

  • 철강
  • 승인 2020.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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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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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換骨奪胎)는 뼈를 바꾸고 태를 벗어 용모가 환하게 트이고 아름다워져서 전혀 딴 사람처럼 되는 것을 뜻한다. 변혁(變革)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 기업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요즘은 기업이 한 우물만 고집하다 보면 낭패당하기 일쑤다. 때로는 이것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태에는 맞지 않는다.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전략을 세워야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 디지털시대에서는 말이다. 

일본기업 소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때 이 기업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트랜지스터라디오, 워크맨, 비디오, CD, 디지털카메라 등이 이 기업에서 생산한 것이었다. 41년여 전 탄생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1980~200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자랑처럼 소지했던 제품이다. 그러니 이 기업이 세계를 상대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그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디지털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최대 실수였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던 TV는 적자 사업이 됐고, 급기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추월을 허용하기에 이른다. 이 때문에 2010년 이후 ‘소니의 몰락’이 연구 주제이자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세계적 기업이 몰락하자 일본경제도 충격을 받아 휘청거렸다.  

영원히 잘 나갈 것 같은 기업이 안주하다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대표적 사례였다. 매사에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일본사람들에게는 치욕적인 일이었다. 세계 제일의 기업이 한심한 기업으로 추락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것을 만회하고자 와신상담(臥薪嘗膽) 부활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결국 그 노력의 결과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감지된다. 2015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후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소니의 부활 스토리에는 환골탈태의 과정이 녹아 있다. 기업의 고유 강점과 약점을 잘 인식하고 강점은 끊임없이 강화해 나갔다. 특히 이 과정을 진두지휘 한 두 명의 리더가 눈길을 끌었다. 조 단위의 적자에서 창사 이후 최대 이익을 경신하기까지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온 경영자는 히라이 가즈오 전 회장과 요시다 겐이치로 현 사장이다. 핵심은 구조조정이었다. 적자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신규 사업에 승부를 건 것이 부활의 열쇠였다. 

국내 철강기업도 환골탈태 과정을 밟는 기업이 있다. 동부그룹 동부제철에서 KG그룹이 인수한 KG동부제철이 그 주인공이다. 이 업체도 적자에서 허덕이며 절망의 늪에 깊이 빠져있었다. 희망의 끈을 내민 것이 KG그룹 곽재선 회장이다. 인수 후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체질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인수된 지 1년 만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늘어나는 등 수익성이 나아졌다.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며 재무 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소니와 KG동부제철이 최우선 생각한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기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이 좋은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특히 KG동부제철의 경우 매출 비중이 적은 강관 사업을 포기하고 불연컬러강판이나 항균 도금강판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한 것이 수익성 개선에 주효했다. 중국 장쑤성 공장을 청산하고 국내에 투자를 선포하는 등 미래 준비가 예사롭지 않다. 동부제철도 소니처럼 경영자의 과감한 결정이 회사 존폐를 좌우한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  
 
4차 산업 시대는 성큼 다가와 산업을 서서히 잠식해 가고 있다. 경제는 생물과 같아서 환경이 수시로 변화하고 진화한다. 여기에 잘 적응하는 기업만이 생존을 보장받는다. 소니의 예처럼 현실에 안주하면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값진 교훈을 보았다. 잘 나갈 때 어려울 때를 대비하라고 했다. 우리 업계도 예외일 수 없다.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때로는 환골탈태할 수 있는 자세는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라는 명제가 성립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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