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철근공장 가동은 시급히 재개해야 한다
황병성 칼럼 - 철근공장 가동은 시급히 재개해야 한다
  • 황병성
  • 승인 2021.05.24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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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는 ‘빈대 잡으려 초간 삼간 태운다.’라는 말이 있다. 손해를 크게 볼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에게 마땅치 않은 것을 없애려고 그저 덤비기만 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이다.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최근 현대제철 당진공장 가동을 중단시킨 고용노동부 조치를 두고 이 속담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다. 열연공장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철근공장까지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로 말미암아 전국 건설 현장에는 철근이 ‘씨가 말랐다’라고 아우성친다. 

철근을 하루 3,500톤을 생산하던 공장이 일주일을 넘게 중단됐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과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수입산으로 대처가 가능했다. 하지만 주 수입국이었던 중국산 가격이 수출 증치세 환급 폐지로 국산보다 높아졌다. 그러니 수입은 엄두를 못 낸다. 특히 철근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유통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중소 건설사가 더욱 심각하다. 대형 건설사는 제조사에서 직접 공급받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오랜 침체기에 있던 건설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신규 수주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건설 업체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 성장 사이클이 오는 2024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체들도 대목이지만 건설 강재를 공급하는 철강업체도 콧노래를 부를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현대제철 철근공장 가동 중단은 이런 호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건설 현장에서는 철근을 웃돈 주고 구매 하려 해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이마저도 여의찮다고 호소한다. 불똥은 정부 정책으로 옮겨간다. 열연공장에서 사고가 났는데 굳이 결함이 없는 철근공장까지 가동을 중단시킬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고용노동부의 조치는 공급 대란을 염두에 두지 않은 졸속행정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도 남는다. 건설 현장에서는 하루빨리 철근공장이 가동돼 더는 문제를 키우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과 건설업계는 철근공장 가동 중단에 대해 정부의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지금 국내 건설시장은 자재난이 심각하다. 철근 수급이라도 숨통이 트였으면 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인명도 소중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계도 중요하다는 이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우리 중소 철강 유통업체들도 이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지금 유통업체들은 물량 요청이 쇄도하지만 판매할 물건이 없어 애가 타는 상황이다.  

철근 공급부족이 장기화 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가격 상승은 분양과 주택가격에 즉시 연동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이것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두고 관련 부처와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원론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고 늑장을 부리며 철강 유통업체의 사재기 단속에 초점을 맞춘 것은 실망스럽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건설 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59개로 집계됐다. 공공현장은 30개로 평균 공사 중단 일수는 22.9일, 민간현장은 20개로 평균 공사 중단 일수는 18.5일로 나타났다. 철근·형강 수급 불안을 이유를 든 곳이 전체 중단 현장의 72%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제철 철근공장 가동 중단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사고조사는 예방 차원에서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맞다. 그러나 다수 업체가 요구하는 철근공장 가동을 우선 재개하는 것이 공급 대란을 잠재우는 길이다. 

철강과 건설업계가 모처럼 호기를 맞았다.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불철주야(不撤晝夜)로 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근공장 가동 중단 날벼락은 큰 충격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건설 공사가 중단되거나 일시 지연되는 현장이 늘어나는 것이 예이다. 더구나 2분기는 철강과 건설업계에는 최대 성수기이다. 이 호기를 정부의 융통성 없는 정책으로 기회를 놓친다면 업계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명한 대책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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