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면 다 쓰레기인가
찌꺼기면 다 쓰레기인가
  • 남승진 기자
  • 승인 2021.06.21 0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화학자 로버트 체스브러는 유전 노동자들이 강관에 낀 찌꺼기를 연고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상처 치료제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체스브러 제조공업을 설립해 이 상처 치료제를 ‘바셀린’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내놨다. 

이 회사는 캐나다·영국·아프리카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승승장구하다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에 인수됐다. 바셀린은 14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 세계 60여 개 이상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바셀린은 석유를 분별 증류했을 때 남는 탄화수소 찌꺼기로 만들어진다. 보습력과 윤활성이 우수해 화장품, 연고, 기계류의 감마제 등으로 활용된다. 전 세계인들이 석유 찌꺼기를 상처나 피부에 바르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제철 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 슬래그가 때 아닌 유해성 논란에 휩싸였다. 여러 대의 트럭이 새만금 갯벌에 슬래그를 부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나온 다음부터다. 철 쓰레기인 슬래그에 중금속이 들어 있어 토양과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범인으로 지목된 세아베스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장 배출을 중단하고 그간 부은 슬래그를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전라북도는 최근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야적장과 새만금 육상태양광 2구역 발전사업 지역에서 슬래그 시료를 채취해 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용출 시험을 의뢰했다.

먼저 슬래그를 부은 업체는 세아베스틸이 아니다. 슬래그의 수거나 활용은 세아베스틸과 용역 계약을 맺은 업체가 담당한다. 다음은 슬래그의 유해성이다. 슬래그는 환경부의 ‘철강슬래그 및 석탄재 배출사업자 재활용 지침’에 따라 ‘지정부산물’로 구분돼 있다. 파쇄기를 통해 4회에 걸쳐 100㎜ 이하로 부수고 자력선별을 통해 일부 철 성분을 제거하는 등 과정을 거쳐 재활용 자재로 사용된다. 

환경부는 슬래그의 재활용 목표율을 95%로 설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국토해양부와 한국산업규격(KS)에 도로용 슬래그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기도 했다. 또 도로공사 표준시방서에 기층 및 보조기층재의 재료로 슬래그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1년 슬래그를 활용해 울릉도 앞바다에 인공어초 ‘트리톤’을 만들었다. 이 어초에 칼슘과 철 등 미네랄이 녹아들면서 해조류의 성장과 광합성을 촉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리톤은 세계자연보전총회(WCC)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로부터 해양생태계 복원에 기여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제 슬래그가 환경에 유해하다는 오해를 불식할 때가 됐다.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9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군산공장 슬래그 가공에 대한 환경표지 인증을 받았다. 인증 사유는 ‘자원순환성 향상’과 ‘지역 환경오염 감소’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